우크라 평원, 봄·가을 거대한 진흙탕으로…전쟁 양상 변화시켜
안보 전문지 "진전 어려운 상태서 병사들 갈아넣고 있어"
헤르손의 참호 속을 지나는 우크라이나 병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타격 허용 등으로 새 국면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또 하나의 변수가 더해진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생기는 우크라이나 평원의 급격한 환경 변화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봄과 가을에 흑토지대가 진흙탕으로 변하는 이른바 '라스푸티차'(우크라이나어 베즈도리자) 현상이 찾아온다.
매년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될 무렵 비가 내려 땅이 진흙탕 구덩이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전장은 대규모 기계화 부대가 거의 접근할 수 없게 되고 작전은 중단되곤 한다. 여전히 전투는 이어지지만 악천후로 변해버린 전장의 상황으로 인해 양측 모두 진전을 이루기가 훨씬 더 어렵다.
미끄럽고 푹푹 빠지는 진창 속에서 병사들과 장갑차들은 전진하기조차 어려워진다. 또 낮아지는 기온 속에 가을비를 맞은 병사들은 건강도 악화해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미 우크라이나에는 꾸준히 가을비가 내렸고 이에 따라 라스푸티차 현상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와 추위가 함께 찾아오는 악천후 속에서 열병, 독감, 편도선염 등 각종 질병에 걸린 병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지역 등 주요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 부대원들 중 각종 질병으로 전선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
파상풍 환자도 급증이 우려된다. 부상병이 후송되지 못한 채 4~6시간을 대기하다 보면 작은 상처도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등 서방 언론들에 따르면 병사들은 동상을 피하기 위해 판초 우의로 참호를 덮어두거나, 생리대를 군화 깔창으로 사용하는 등 나름대로 라스푸티차 속 생존 방법을 찾고 있다.
2022년 개전 후 지금까지 장기화된 전쟁 속에 40∼50대 남성들까지 전방에 배치되면서 라스푸티차 철이 되면 류머티즘이나 관절염 환자까지도 늘어난다고 한다.
도로 사정이 나빠지면서 부상병을 후송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구급차가 미끄러져 강으로 떨어지는 일도 발생한다.
진흙탕이 된 도로와 함께 전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앙상해진 나뭇가지들이다.
낙엽이 지고 병사들을 은폐·엄폐해줄 나뭇잎이 사라지면서, 적의 공습을 피해 전진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조기 종전을 공언함에 따라 전방의 '땅 따먹기' 식 공방이 한층 거칠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병사들에게는 최악의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지난달 30일 라스푸티차가 본격화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기 위해 소모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러시아군이 조금씩 전진하고는 있지만 전략적으로는 '달팽이 속도'에 불과하다"면서도 "날씨가 더 나빠져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기 전에 전술적 이득을 얻기 위해 러시아가 병사들과 무기를 갈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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