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사실무근” 반박에 주가 반등 ‘안정’
근거 없는 ‘유동성 위기’ 단순 해프닝으로
실적 부진 장기화 등 악재 해소는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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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진 ‘롯데그룹 위기설’에 대해 롯데그룹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지 하루 만에 롯데 주요 상장계열사 주가가 안정을 찾았다. 이번 사태는 단순 해프닝으로 종결되는 모양새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쇄신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는 약세에서 벗어났다. 롯데케미칼은 전날보다 1.97% 오른 6만7200원, 롯데지주는 0.73% 오른 2만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롯데쇼핑은 5만7900원으로 0.17% 하락했다.
전날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대우처럼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롯데 계열사 주가가 급락했지만, 롯데그룹이 해명공시를 내고 지라시의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확인되면서 일단 진정되는 모습이다.
증권사들도 유동성 우려는 과도하다는 보고서를 잇달아 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에 대해 “롯데케미칼 자체의 펀더멘탈을 고려하면 현금흐름은 우려보다 양호하다”고 했다. 이진협·최영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에 대해 “유동성 우려를 하기에는 현금흐름이 매우 양호하다”며 “유동성 우려가 있다면 경영진이 앞장서 배당 성향 상향 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수 있겠는가”라고 짚었다.
하지만 단순 ‘지라시’에 재계 6위 롯데그룹 주가가 휘청한 배경에는 실적 부진 장기화를 타개하지 못한 데 대한 시장의 불신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그룹의 양대 축인 화학과 유통은 모두 본업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6600억원에 달한다. 기초화학 부문 의존도가 높은 사업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며 중국발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 인수, 롯데건설 대규모 자금 지원 등으로 차입금이 늘며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75.4%에 불과하고 다른 재무건전성 지표도 나쁘지 않다. 유동성 위기를 걱정할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재무 위험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연간 업황과 이익 흐름에 비관적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업황 저하 장기화 조짐과 이익 전망치, 재무건전성을 감안하면 신용도 등 리스크 관리가 더욱 필요해보인다”고 분석했다.
롯데쇼핑도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1~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보다 3.8% 줄었다. 순이익은 90.7%나 급감했다. ‘만년 적자’ e커머스 롯데온은 올해 들어 적자 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매출이 전년 대비 쪼그라들었고 누적 적자도 5000억원을 넘어섰다. 롯데면세점도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쇼핑 외에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올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와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 등은 올해 들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달부터 롯데케미칼 등 화학군 계열사 임원들은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한다.
롯데그룹 실적 악화가 길어지며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쇄신’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열사 대표들의 교체 여부, 롯데가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의 승진 여부 등이 관심사다. 신 전무는 지난 3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지난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한국과 일본 지주사에서 각각 임원을 맡고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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