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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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어날 아기 만날 생각에 아기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다 같이 백일해 주사 맞았어요."
19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산부인과 안내 데스크에 '가족 백일해 접종 안내' 팸플릿이 세워졌다. 안내문에는 "전 세계적 최다 유행. 부모, 조부모, 보모 등으로부터 전염" "신생아를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 병원에서 진료를 접수받는 직원 A씨는 "병원 시스템을 조회했을 때 산모와 가족, 신생아 접종을 다 포함해 지난달 예방접종이 200건 이뤄졌다"며 "체감상 백일해 예방접종을 하러 온 성인은 지난해 환절기보다 2~3배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태어난 지 2개월이 채 안 된 영아가 백일해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아이 출산을 앞둔 가정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 중순 아기를 출산한 최모씨(25)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 항체를 만들어주기 위해 백신을 맞았다. 의료계는 생후 2개월에 첫 접종을 하기 전에 영아가 백일해에 대한 면역을 갖고 태어날 수 있도록 임신 3기(27주~36주) 임신부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19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산부인과 안내 데스크에 '가족 백일해 접종 안내' 팜플렛이 세워졌다. /사진=김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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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건강관리 사업'에 따라 무료로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보건소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강남구 건강관리과 관계자는 "강남구 보건소에 등록된 임산부가 2000명 정도인데 해당 주 수에 맞춰 올해 791명 정도가 주사를 맞고 갔다"며 "모든 임산부가 백신을 맞을 수 있게끔 보건소에 방문한 임산부에게 무조건 백일해 예방접종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산부 본인과 함께 사는 가족은 물론이고 친가, 외가를 포함해 아기를 접촉하는 식구들도 잇따라 예방접종에 나선다.
최씨는 "남편도 같이 가서 백일해 주사를 맞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친정 부모님도 최근에 접종했다"며 "첫 사망자도 나왔다고 하니 더 걱정이고 최근 산후도우미를 신청하면서 백일해 필수 접종하는지 물어봤고 그렇다는 답을 받아 안심됐다"고 말했다.
이모가 된 20대 여성 이모씨는 "항체가 생기려면 1달 정도 걸린다고 해서 그 기간 맞춰서 조카가 태어나기 전에 백일해 백신을 맞았다"며 "안 맞아도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당연히 조카를 볼 생각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맞았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취약한 영아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식구가 맞아야 하는데 정작 정책 지원은 임산부와 아기 본인에 한정돼 있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강남구 일대 산부인과와 이비인후과를 취재해본 결과 성인의 경우 5~6만원에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18주차 임산부 김씨(28)는 "주변 엄마들도 요즘 감염자가 많이 늘고 불안하기 때문에 친가든 외가든 아기를 보려면 다 맞고 와야 한다고 한다"며 "양쪽 부모님에 남편, 동생까지 맞으려면 30만원은 줘야 하는데 이런 때 정부가 접종비를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100일간 기침한다'는 의미의 백일해가 영아뿐 아니라 최근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환자 수가 10년간 10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백일해 환자 수 추이. /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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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백일해 환자 발생 현황을 보면 2015년 205명에서 이달 1주차 기준 3만332명으로 환자 수가 147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시기인 2021년 21명, 2022년 31명으로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292명으로 늘더니 올해 급격히 늘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백일해 첫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감염 시 중증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인 1세 미만 영아 보호를 위해 임신부, 동거가족 및 돌보미 대상 백일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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