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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늘어나는 수포자 … 교육자의 노력 필요한 때 [반은섭의 수학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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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교실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어려운 수식을 외면한 채 잠을 자고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점수, 그것도 고득점이 필요한 학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학생에겐 사실 수학 점수가 필요 없습니다. 교사도 일부 학생들의 대입을 위해 차갑고 딱딱한 수학 문제를 나머지 다수 학생들과 함께 풀어나가야 합니다. 문제는 또 얼마나 어렵고 복잡한가요? 이쯤에서 '수학'이라는 학문과 '수학교육학' '수학교육 전문가'의 교육 철학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역사적으로 수학의 세계는 천재들의 놀이터였습니다. 과거에는 귀족들이, 지금도 소수의 인간들만 즐기는 전유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합니다. 이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수학'을 꼭 배워야 하는 이유는 '논리적 사고력'과 같은 단어로 적절하게 포장돼 이론적으로는 설명이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잘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까요? 이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수학교육학'입니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잘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교육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순수수학이 아닌, '수학교육'은 신생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교육을 전공한 학자들이 배출되기 시작된 것은 50여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모학문인 수학을 초등화시키고 심리학, 철학, 역사학 같은 용병학문의 접근 방법을 차용해서 연구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학교육'을 주요 연구 주제로 다루고 있는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해 놓은 수많은 연구 결과들은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해가 갈수록 연구 결과가 늘고 양질의 교수 학습 자료가 쏟아지고 있는데,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만 갑니다. 지금까지의 수학교육 연구는 사실 학생들에게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해야 합니다. 어려운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고 배우는 방법이 어디 없을까요? 지구에서 인류가 탄생하고 진화하면서 이미 '교육' 활동이 이루어져 왔겠죠. 아마도 DNA의 어딘가에는 '교육'에 관련된 유전자가 코딩돼 있을 것입니다. 수학 교육에 대한 방향 설정이 어렵다면 따뜻한 교육 유전자에서 정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 교과서나 교재 개발을 통해 사익을 도모하는 일 등은 지금 우리 학생들이 수학 교실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연구자들 모두 올바른 교육 철학을 가지고 탑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합니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내야만 하는 빈틈없고 차가운 '수학' 마인드로는 수학을 좋아하고 음미하는 '수호(好)자'를 길러낼 수 없습니다.

[반은섭 '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저자·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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