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전 동맹국과 방위 협력 강화"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국 국방장관과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이 18일 필리핀 마닐라 캠프 아기날도에서 지소미아에 서명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필리핀 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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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필리핀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체결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갈등 고조에 함께 맞서겠다는 의지 표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제3자의 이익을 해치지 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19일 필리핀 GMA뉴스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은 전날 마닐라 필리핀 군 본부 캠프 아기날도에서 양국 지소미아에 서명했다.
지소미아는 국가 간 군사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맺는 협정이다. 이번 체결로 미국과 필리핀은 기밀 방위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군사 기술을 상대국에 판매하는 절차도 간략해졌다. 필리핀군이 미국의 위성과 무인기(드론) 감시 시스템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오스틴 장관은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하고 싶다”며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해 양국 군대의 상호 운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양국 장관은 이날 필리핀군 본부에 양국 군 통합 지휘·조정 센터를 설치하는 공사 착공식을 진행하고, 19일에는 남중국해와 인접한 필리핀 팔라완섬을 방문해 남중국해 수호 임무를 담당하는 필리핀 군과 함께 해양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5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군도 세컨드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어민들이 필리핀 국기를 흔들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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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군사적 밀착은 남중국해에서 도발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필리핀은 지난해부터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물리적 충돌을 벌이고 있다. 중국이 필리핀 해양경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거나 도끼를 휘두르는 등 위협을 이어가자 미국과 필리핀이 손잡고 군사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에도 방위비 분담 등 고강도 압박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과 군사 협력에 속도를 낸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가 내년 1월 백악관에 복귀하면 전 세계 지정학적 역학관계가 또다시 뒤바뀔 수 있다”며 “그가 복귀하기 전 미국과 필리핀이 그간 강화해 온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려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어떤 종류의 군사 협정이나 안보 협력도 제3자를 겨냥하거나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지역 평화를 훼손하거나 긴장을 악화시켜서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그는 "자국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올바른 선택은 선린관계와 전략적 자율성을 고수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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