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포스트 이재명' 찾기 너무 빨라...사법부 공격 자제해야"

"이재명 고충, 김대중 100분의 1 안 돼"
"1심 판결로 호들갑 떨 필요 없어"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대전 서구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민주당과 지지자 사이에서 사법부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움직임을 경계했다.

민주당서 사법부 공격 발언… "이성 갖고 자제해야"

박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우리의 주적은 윤석열, 김건희, 검찰이지 사법부는 아니다"라며 "사법부를 공격하는 당내 분위기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사법부를 비판하거나 1심 재판을 맡았던 재판부를 비난하는 발언이 다수 나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사법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최악의 판결"이라며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맞지 않고 법리에도 맞지 않는 1심 판결은 2심에서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민석 최고위원은 "오죽하면 (재판부 부장판사가) 서울대 법대 나온 판사가 맞냐고들 하겠나"라고 했다.

박 의원은 진행자가 일부 의원들의 발언을 지칭해 "인신공격적인 발언들도 나오던데 그런 것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는 말이냐"고 묻자 "현재 모든 정당은 모이면 강해져서 일부 의원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면서도 "(당내에서) 이성을 갖고 자제하자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이 대표, 의연하고 법적 투쟁 잘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박 의원은 이 대표에게 사법부 선고 전부터 "1심이니 의연해라. 우리 헌법에 사법부는 3심제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까지 법적 투쟁을 잘해야 된다. 의연하고, 민생에 전념하자"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은 16년간 망명, 감옥, 연금 생활을 했는데, 결국 대통령이 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다시) 대통령이 됐다"며 "이 대표의 고충은 김 전 대통령에 비해 100분의 1도 안 된다. 대통령 유력한 후보가 극복해야 되는 과정 아니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도 앞두고 있고, 대선 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선거법보다 위증교사가 더 엄격하다고 하는데 두고 봐야 한다. 거기도 1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국민은 재판을 신속히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하는데, 재판부 사정 때문에 못 한다. 나경원 의원도 (패스트트랙) 재판 4, 5년간 (선고) 안 하면서 야당은 빨리 적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패스트트랙 재판은 2019년 국회에서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방해하기 위해 벌어진 국회 난동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말한다. 당시 나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여러 명이 물리력을 사용해 법안처리를 방해한 혐의로 2020년 1월 2일 검찰에 기소됐으나,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아직까지 1심 재판 선고가 나지 않고 있다.

진행자가 "'포스트 이재명 찾기'는 전혀 필요 없냐"고 묻자 "너무 빠르다. 그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민주당의 의원들·당원들의 99%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싸우자, 뭉치자는 것이 강하다. 1심 판결 갖고 호들갑 떨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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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