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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민의 반영 제대로?…'21석' 소수당 빠진 677조 예산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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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소위, 국민의힘·민주당으로만 구성
교섭단체 중심 국회운영, '예산 민의'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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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예산소위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두 원내교섭단체 소속 의원들로만 구성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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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8일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열어 예산안 증·감액 심사에 나섰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국회의 예산 칼질이 시작된 것이다. 예산소위는 이날 국토교통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 예산안을 심사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소수정당 소속 의원들은 '비교섭단체의 벽'을 넘지 못했다. 677조 규모 예산의 증·감액을 논의하는 예산소위 구성에서 배제됐다는 점에서다. 22대 국회 비교섭단체 의원 총 수는 21명(조국혁신당 12명, 개혁신당 3명, 진보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사회민주당 1명, 무소속 1명). 의석 비율로 따지면 총 15명으로 구성되는 예산소위에 1명은 들어가야 맞는다. 거대여야가 '교섭단체 간 합의 관행'을 핑계로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677조 증·감액 결정, 15명 위원 손에…예산소위 뭐길래

예결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예산소위 구성의 건을 의결했다. 예산소위는 위원장을 포함 총 15명으로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으로 확정됐다. 예결특위 위원 50명을 대표하는 자리이자 지역구 예산 확보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지역별 안배가 이뤄진다. 소위 위원장은 예결위원장인 박정 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을)이 맡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허영(강원 춘천 철원·화천·양구 갑) 의원과 △ 정일영(인천 연수구 을) △ 윤준병(전북 정읍시·고창군) △장철민(대전 동구) △ 장경태 (서울 동대문구 을) △ 안도걸(광주 동구·남구 을) △김영환(경기 고양시 정)△김태선(울산 동구) 의원 등이 참여한다. 국민의힘 위원은 여당 간사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시 갑)과 △엄태영 (충북 제천시·단양군) △최형두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최은석 (대구 동구·군위군 갑) △박수민 (서울 강남구 을)△곽규택 (부산 서구·동구) 의원이다.

지역별로 보면 △ 서울 2명 △ 인천·경기 3명 △ 강원 1명 △ 대전·세종·충청 2명 △ 광주·전라 2명 △ 대구·경북 2명 △ 부산 ·울산·경남 3명 △ 제주 0명이다.

50명의 예결특위 위원 중 비교섭단체 몫은 4석이다. 그 중 2석(황운하 원내대표·차규근 의원)인 혁신당은 일찍이 박 위원장에게 비교섭단체 몫 예산소위 배정을 호소해왔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15명 내외로 구성되는 예산소위에 의석 비율에 따라 당연히 비교섭단체도 포함되어야 한다"며 "과거 소위 위원이 10명이 안될 때도 비교섭단체를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총 24.25%를 득표한 혁신당은 690만 명의 민의를 반영하고 있고, 현재 비교섭단체 의원 21명 중 중 과반이 혁신당 소속이므로 혁신당 의원이 예산소위에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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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인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박정 예결특위 위원장에게 "15명 내외로 구성되는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 의석 비율에 따라 당연히 비교섭단체도 포함되어야 한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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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원내대표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과거 민주당은 예산소위에 비교섭단체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그런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에게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 교섭단체 제3당 있을 땐 비교섭단체도 소위 포함

황 원내대표 측에 따르면 가장 최근 비교섭단체가 예산소위에 배정됐던 때는 20대 국회 때다. 2019년 예산 심사를 맞아 구성된 예산소위는 민주당 7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8년 11월 여야 간 소위 협상 과정에서 "300명 중 28명이나 되는 비교섭단체 의원을 무시하고 소위를 꾸릴 순 없다"며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예산소위 구성을 촉구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우군 확보를 위해 '비교섭단체 대표성'을 명분 삼은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비교섭단체 몫은 진보 성향 민주평화당이 가져갔다.

황 원내대표 측은 "2004, 2005, 2008, 2010년, 2017년에도 비교섭단체 몫 1, 2명이 배정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예산소위는 교섭단체였던 민주당(6명)·한국당(6명)·국민의당(2명)과 비교섭단체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됐다.

제3 교섭단체가 없던 21대 국회 땐 2020~2023년 내내 교섭단체 소속 의원들로만 예산소위가 구성됐다. 원내 소수정당이었던 정의당(3명), 국민의당(3명), 열린민주당(5명) 의원들은 예산소위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거대양당만 교섭단체 지위를 차지한 22대 국회의 첫 예산 심사도 마찬가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거대양당이 균형있는 민의 반영보다 기득권을 지키는 데 우선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예산소위가 특정 지역 또는 어떤 정치적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던 측면이 있다"며 "지역별로 위원 수를 배분해 소위를 구성하는 것도 이를 방지하는 취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회 관행에 따라 교섭단체끼리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맞겠지만 같은 맥락에서 비교섭단체를 배제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이 역시 국회가 교섭단체 위주로 운영되는 국회의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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