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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엇! 어디서 본 것 같은데"…국내 최초 'AI 은행원'에 말 걸어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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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맹훈련 받은 AI 은행원…청개구리 같은 질문도 '대답 척척'

주말까지 일하는 유일무이한 직원…누구나 쉽게 쓰는 '편의성'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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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AI 브랜치에서 직원이 AI은행원과 상담업무를 시연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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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들어서자 병풍처럼 펼쳐진 투명 모니터 앞에 마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일반 은행과 다른 낯선 풍경에 잠시 주위를 둘러보자 한쪽 모니터에 직원이 등장했다.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AI 은행원'이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야 하는 걸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반대쪽 화면에 "이렇게 말씀해보라"며 △적금 가입해줘 △환전 해줘 △거래내역 출금해 줘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예금에 가입하겠다고 하자 숫자 8025가 적힌 번호표를 발급해 주며 'AI 창구'로 안내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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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AI 브랜치에서 직원이 AI은행원과 상담업무를 시연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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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개구리 같은 질문도 '대답 척척'

AI 창구에 들어서자 게임방 대형 오락기 같은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의자에 앉자 또 다른 AI 은행원이 "최선을 다해 안내해 드리겠다"며 인사를 건넸다.

AI도 여느 은행원처럼 신분증을 요구했다. 기계 속 신분증 투입 칸에 주민등록증을 넣으니 "AI 데스크에 처음 방문해 주셨다"며 "고객님이 이해하기 쉽게 안내해 드리겠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예금 할 액수와 기간을 묻더니 금리가 높은 예금 대표 상품 'TOP3'를 추천해 줬다. 그때 문득 AI를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는 청개구리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질문하기 버튼을 눌러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데 적금을 들고 싶다"고 했다. AI 은행원은 당황한 기색 없이 "예금 상품 안내를 중단하고 적금을 추천해 주겠다"고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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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AI 브랜치에서 직원이 AI은행원과 상담업무를 시연하고 있다.2024.11.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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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날 신한은행은 AI 은행원이 대고객 업무를 수행하는 'AI 브랜치'를 선보였다. 미래의 은행 점포를 실제로 구현한다는 계획으로, 사람 없이 AI만 고객을 상대하는 영업점은 금융권 최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의 능력치다. 통상 은행권이 사용하는 챗봇(Chatbot)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만 답변할 수 있어 복잡한 질문을 던질 경우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생성형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진화한다. 지난 6개월 동안 AI에 데이터를 주입시키며 맹훈련을 벌였다고 한다.

여타 AI 인간과 달리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외모'도 돋보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손님들이 AI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실제 신한은행 고객 서비스(CS) 우수 직원을 촬영해 AI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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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AI 브랜치에서 직원이 AI은행원과 상담업무를 시연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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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 밤·주말까지 일하는 'AI 은행원'


사실 AI 은행원에게 맡길 수 있는 예·적금 가입이나 체크카드 발급 등은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또 대출의 경우 AI 은행원을 통해 상담 신청은 가능하지만 업무는 실제 직원이 해야 한다.

그럼에도 AI 은행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원동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장은 '환전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평일 늦은 밤과 주말까지 환전을 해줄 수 있는 은행원은 AI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AI 브랜치는 토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해 36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향후 서비스 안정화를 거쳐 365일·24시간 운영을 목표하고 있다.

또 늦은 밤이나 주말 통장 사본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도 AI 브랜치를 방문하면 된다. 이 지점장은 "현재 AI 은행원이 제공할 수 있는 업무는 총 65가지"라면서 "AI 은행원의 업무 능력은 계속 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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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AI 브랜치의 모습. 024.11.1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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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든 쉽게 써야…편의성 개선은 숙제


앞으로의 관건은 상용화다. 이날 오전 수십 명의 시민들이 AI 브랜치를 방문했으나 AI 은행원을 선택한 사람은 대부분 청년 세대였고 중장년층은 현장 직원을 찾았다.

또 AI 은행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말하는 순간이 겹쳐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조회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문구가 반복돼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AI 브랜치가 도서·산간 지역에서 발생하는 은행 점포 폐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고령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도전하는 AI 브랜치는 단순히 기술 혁신에 그치지 않고 신한은행의 전반적인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더 발전하는 AI 모습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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