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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양권모 칼럼] ‘윤석열’이 ‘이재명’을 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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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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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덕지덕지 붙여진 ‘사법 리스크’는 여권의 방패였다. 정부·여당은 불리한 사안에 직면할 때마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다.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거부했다. ‘피의자 이재명’은 대화 정치 부재의 알리바이로 활용했다. 4·10 총선에서 거센 정권심판론에 맞서 내세웠던 게 그 ‘이·조 심판론’이었다. 오로지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기대어 변화와 쇄신 요구를 방기했다. 부풀어 오르는 탄핵 여론에 대해서도 ‘이재명’으로 방어했다. ‘탄핵으로 윤석열 정권이 무너지면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정권이 곧바로 들어설 것이다.’ 보수층의 ‘탄핵 트라우마’와 ‘반이재명 정서’에 기대 비틀거리는 정권이 버티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여당이 잘해서 득점을 낼 실력이 없으니 위기마다 야당 대표 사법 리스크를 우려먹었을 터이다. ‘이재명 유죄라는 심판의 날이 오면 만사형통’, 허황한 기대가 여권을 지배했다.

그리 고대하던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윤 대통령이 가장 궁벽한 시점에 현실화됐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3심까지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잃게 되고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에서도 ‘유죄’가 나온다면 이 대표는 더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

앞서 민심을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자폭’에 가까웠다. ‘어찌 됐든’ 사과에는 진정성이 실리지 않았고, ‘명태균 게이트’와 ‘김건희 문제’에 대해서는 궤변과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제대로 된 국정 쇄신책은 나오지 않았다. 난맥을 시정하고 문제를 해결할 어떤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만 확인시켰다. ‘대통령다움’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었다. 결국 윤 대통령에게 이대로 국정을 맡겨놓아도 되는지 국민적 의구심만 키웠다.

중도하차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이재명 유죄’ 판결이 나왔다. 환호작약하는 여권의 모습을 보면 이를 구명줄로 여기는 듯하다. ‘김건희 리스크’를 물타기하고, 수세 국면을 탈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야권의 ‘정권 규탄’ 장외집회 동력도 소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헛물을 켜는 것이다. 만약에 선제적으로 과오(過誤)에 통절하게 사과하고, 김건희 문제 해결과 국정 쇄신 의지를 밝혔다면 ‘이재명 유죄’ 판결은 지지율을 회복하는 전기가 됐을 터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거꾸로 갔다.

민심은 ‘공적 권한 없는 대통령 부인이 비선 라인을 거느리고 대통령 놀이를 했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 현실화된 야당 대표 사법 리스크에 기대 ‘김건희 문제’를 뭉개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실로 ‘이재명은 이재명이고, 김건희는 김건희다’. 이 대표 부부는 수사와 재판을 다 받았는데,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하라는 요구가 광장의 민심이다.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거대 야당의 힘으로 방탄의 둑을 겹겹이 쌓아도 정의의 강물을 막을 수 없다”(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거대 야당’을 ‘제왕적 대통령’으로 바꿔보면 된다.

이 대표는 1심 선고 다음날 열린 광화문 장외집회에 참석해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만일에 윤 대통령이 대오각성해 변화하고 쇄신하고,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할 파격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이재명’은 정치적으로 죽을 수 있다. 하나 윤 대통령은 절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자폭’ 기자회견에서 변화와 쇄신 의지가 일도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스스로 정치선동으로 규정한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리 만무하다. ‘나라인가, 아내인가’ 질문에 주저 없이 ‘아내’를 택할 것 같은 윤 대통령이다.

여기서 환기해볼 게 있다. ‘박근혜 탄핵’을 인용하면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단죄’ 사유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이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헌법을 위배했기에 파면한다.”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온 윤 대통령에게도 해당하는 경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며 끝내 민심에 엇가면 광장의 폭발은 시간문제다. 거대한 민심에 맞서 싸우려는 윤 대통령이 있는 한, ‘이재명은 정치적으로 죽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적대적 공생’ 관계다.

경향신문

양권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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