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서울교통공사에 ”면접 때 장애인 편의제공 안 한 건 차별”

면접. 게티이미지뱅크

청각장애인 ㄱ씨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구화로 의사소통을 하며, 수어는 할 줄 모른다. 고교와 대학에서 철도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전기·전자·승강기 자격증을 취득한 ㄱ씨는 서울교통공사 공개채용 필기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으나, 면접시험이 걱정이었다.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ㄱ씨는 대필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18일 공기업이 면접시험 때 청각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을 개정해, 장애인 응시자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단체에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전 사업체를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진정인은 2023년도 서울교통공사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중 차량 직종(장애인 전형)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올해 2월8일 면접시험에서 대필 지원 등 편의제공을 요청했다. 서울교통공사 면접시험은 개별면접과 집단면접(3~4명)으로 진행되는데, 청각 장애로 인해 면접위원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할 수 있고, 또한 면접실이 소리가 울려 퍼지는 구조인 경우에는 더 알아듣기 어렵다는 게 진정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대필 지원을 거부하여 진정인은 면접시험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8조에서 정한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 의무 대상기관(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아니나 2021년 신규채용 필기시험부터 장애유형별 편의지원을 하고 있고, 면접시험 시 대필 지원, 도우미 등의 편의제공은 어려워 진정인에게 면접위원과 청각장애인 응시자 간 간격 조정 등을 실시해 최대한 응시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안내했으나 진정인이 면접시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장애인을 채용하는 경우에도 고객 안전관리, 시설물 점검 및 유지보수, 주·야간 교대근무, 지하근무 등 현장 직무수행이 가능한 자를 대상으로 해야 함에 따라 장애인 응시자 편의제공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장차소위, 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는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 취지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채용시험에서 장애인 응시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여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써,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에서 명시한 편의 제공 대상 기관은 최소한의 범위를 정한 것이고, 지방공사인 서울교통공사가 대상 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법의 취지를 살펴 장애인 응시자가 다른 응시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공사의 장애인 전형 지원자격(고객 안전관리, 시설물 정비 및 유지보수 등 현장 직무수행이 가능한 자)에 따라 면접시험 시 장애인에 대한 편의지원 여부 등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서울교통공사가 면접시험 시 청각장애가 있는 진정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3호 및 제10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8조에서 정한 장애인 응시자에 대한 편의제공 의무 대상기관에 장애인고용법 제28조의2에 규정된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사업체인 지방공사･지방공단과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 사건 진정과 같이 채용시험에서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소홀히 취급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장애인 응시자의 직업선택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보았다.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군자차량기지에서 전동차가 정비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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