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인근 인도에 18일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을 지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백경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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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관변단체와 산하기관 등이 최근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을 지지하는 내용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통합의 장밋빛 전망만을 앞세운 펼침막도 도심 곳곳에 내걸리는 등 ‘조직적인 여론전’에 비판이 나온다.
대구시는 18일 대한어머니회 대구시연합회와 (사)대경ICT산업협회가 TK 행정통합 지지 성명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에는 대구경북중소기업 협동조합 이사장 협의회가, 13일에는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사)한국치맥산업협회·대구시새마을회·한국자유총연맹 대구시지부·바르게살기운동 대구시협의회 등이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냈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지역 경제·노동·체육·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릴레이 지지 성명이 나오고 있다. 11일 대구경영자총협회·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대구시체육회, 12일 대구상공회의소·대구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대구문화예술진흥원·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 등이 행정통합 찬성 입장을 냈다.
다만 성명을 낸 집단 대부분은 대구시 산하기관이나 관변단체로 파악돼 TK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대구시 입장을 그대로 따르는 모양새를 보인다. ‘통합 예찬론’을 밝힌 단체들은 대구지역 곳곳에 비슷한 내용의 펼침막도 설치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구시의 입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게 대구시 안팎의 시각이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시·도민이 행정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구·군 주민설명회 등 대시민 홍보를 강화하라”고 말한 바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서 일부. 전공노 대구지부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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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구시는 구·군별 행정통합 설명회를 열고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추가 설명회를 진행했다. 관변단체 등의 행정통합 지지 성명과 펼침막 게시 움직임도 홍 시장의 발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는 지난 12일 ‘급조된 관제 설명회·현수막 선동 중단하고 대구·경북 통합 관련 주민 공론화부터 진행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비판했다.
전공노 대구지부는 “(인구가 늘고 지역총생산이 증가하는 등 내용의) 행정통합 홍보 현수막을 보고 공무원조직 안에서도 ‘이걸 누가 믿겠냐,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다, 대구시민들이 바보냐’라는 등의 푸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또한 노조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만규 대구시의장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대구시 전 조직이 전망위적인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하향식 행정통합 결정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관변단체와 공무원이 동원된 급조된 대구·경북 행정통합 설명회를 진행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공노 대구지부는 펼침막 설치를 강요한 내부 직원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9개 구·군에 100개씩, 총 900개의 현수막을 걸어달라. 7일부터 홍 시장에 일일보고를 한다. 실적이 부족한 구·군은 부단체장에게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청 동인청사 건물 벽면에 18일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을 홍보하는 내용의 대형 판넬이 설치돼 있다. 백경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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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구시 관계자는 18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최근 지지 성명이 계속 나오는 것은 본청(대구시)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인 게 맞다”라면서 “성명 발표 일정이 정해져 있으며, 부서별로 어떤 단체가 지지 성명을 내는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지지 성명 릴레이는 조만간 있을 TK 행정통합 관련 여론조사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여론전에 집중해 통합 찬성 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는 기자들에게 ‘대구경북 통합 지지 성명 발표’ 일정을 당일 혹은 전날에 미리 공지하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구시가 TK 행정통합을 밀어붙이며 여론전을 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이들은 통합 추진 시 토론 등을 통한 충분한 숙의 과정과 여론 수렴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지역 시민단체 등은 오는 25일 행정통합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구경북우리손으로’를 조직한다. 창립식 당일 포럼을 개최하고, 다음달 19일에는 지역민 200명을 모아 ‘대구경북통합 시도민 토론광장’ 행사도 연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페이스복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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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는 “행정통합은 지역민이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설명회만 급히 진행하고 말 주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인 (통합 찬성) 성명 발표와 펼침막을 일방적으로 붙이는 것도 잘못”이라면서 “행정통합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소통하는 게 지방정부의 역할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두고 “동의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와 경북이 지역소멸 방지와 거대 중남부경제권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아래 4년 동안 추진돼 온 오랜 숙원사업”이라며 “졸속 진행을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비방에 동의할 수 없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통합을 지체하고 방해하려는 처사에 불과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며 “그건(행정통합은) 시·도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와 도의회를 통과하면 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올해 안에 행정통합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시청 동인청사 인근 인도에 18일 대구·경북(TK) 행정통합을 지지하는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백경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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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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