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고환율' 파고가 세지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정부의 정책 운용의 난도가 높아졌다. 미 재무부의 공식적인 감시 대상으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부담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트럼프발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원화값은 맥을 못 춘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1400원'선도 깨졌다. 미 대선 직전인 지난 5일 1370원대였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면서 지난 13일 장중 1410원대로 밀려났다. 2년 만에 가장 낮은 원화값이다.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통화 가치 하락은 두드러진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 원화 가치는 9% 가까이 뒷걸음쳤다. 지난 15일 주간시장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원화값은 달러당 1398.8원으로 작년 말(1288원) 대비 8.6% 고꾸라졌다(환율은 상승). 주요국 중 원화보다 달러 대비 더 약세인 통화는 일본 엔화가 거의 유일하다. 연초 이후 엔화가치는 달러당 141.181엔에서 156.295엔으로 10.71% 급락했다.
김경진 기자 |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그만큼 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수출 주도 경제라 세계 경제에 워낙 민감한 데다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니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점은 정부의 환율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 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 분석국 내지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중국·일본·싱가포르·대만·베트남·독일 등 6개국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제외됐다가 1년 만에 재지정된 셈이다.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환율 시장 상태가 무질서한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환율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환율에 함부로 개입하지 말라는 공개 경고다. 당국이 외환시장 관련 조치나 발언이 당분간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부는 “관찰대상국 지정은 기계적 등재”라는 입장이다. 미 재무부는 ▶상품·서비스 등 대미(對美) 무역 흑자 15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3% 이상 ▶8개월간 GDP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 지정요건 등 3가지 중 2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으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자동 지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 무역 흑자 50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 비중 3.7%로 앞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 지정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조작국 지정이 아닌 만큼 직접적 제재가 없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위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 안 된다는 것일 뿐 시장 안정을 위한 환율 조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당 제도가 만들어진 취지와 현재 상황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제도는 대미 수출에 유리하게 인위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환율상승)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반대의 상황으로 만약 한국 정부가 구두개입 등을 통해 환율을 낮추면 한국의 수출 기업엔 불리해지고 미국 입장에선 유리해진다. 미국이 특별히 문제로 삼진 않을 것”이라면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물밑 접촉을 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금과 같은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수입물가를 밀어 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이 금리 결정의 새 변수가 됐다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리 인하 지연은 내수 회복을 늦추게 돼 경기 둔화세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