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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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7년 만에 꺼내든 깜짝 ‘자사주 카드’는 성공 사례로 남을까.
‘4만전자’ 위기에 빠진 삼성이 자사주 10조원어치를 매입하는 방안을 들고 나오자 시장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본격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개를 든 가운데, 근본적 해결책은 아닌 만큼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삼성전자 자료를 보면, 회사가 앞으로 3개월간 매입·소각하기로 한 자사주는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유통주식의 0.8% 규모다. 이를 포함해 약속한 10조원어치를 향후 1년간 모두 이행하면 유통주식의 2% 이상이 증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2017년(보통주 2.7%, 우선주 4.8%)과 견줄 만한 규모다. 증권가에서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투자자들이 중요시하는 주요 지표도 소폭이나마 개선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통상 기업이 가진 자본에 견줘 얼마큼의 성과를 내는지 보는데, 자사주를 매입하면 그만큼 회계상 자본이 줄어든다. 기존과 똑같은 성과를 내도 각종 지표가 더 좋아진다는 얘기다. 자본이익률(ROE)이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주가 하락세를 촉발한 것으로 평가되는 원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 이름으로 낸 메시지에서 스스로 ‘위기’를 언급하며 그 원인으로 ‘근원적 경쟁력’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전 부문장은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했으나 한 달 넘게 지난 최근까지도 후속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대량 납품한다는 소식도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자사주 매입’이란 카드가 등 돌린 투자자의 발길을 완전히 되돌리기에는 부족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측면에서도 자사주 매입의 효과를 둘러싼 의구심이 적잖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2017년은 반도체 초호황을 누리던 시기다. 회사가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2017년 53조6450억원, 2018년 58조8867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역대 1·2위 기록이다. 당시 주가가 오름세를 보인 배경에는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실적 호조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36조원 안팎에 그칠 전망이며, 내년에도 반도체 업황과 삼성전자 실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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