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라는 예상 밖의 중형을 받았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이 대표),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박찬대 원내대표)이라며 오히려 기세를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판사 겁박"(한동훈 대표)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토요일인 지난 16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 참석했다. 바로 전날인 15일 법원에서 징역형 집유 판결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며 건재함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특히 집회 연설에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고 2차례 직접 언급했다. 첫인사부터가 "동지 여러분, 이재명 팔팔하게 살아서 인사드린다"였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우리는 동지이다. 부족함이 있어도 불만이 있어도 작은 차이를 넘어 더 큰 적을 향해 함께 손잡고 싸워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당내 단합을 강조했다.
특히 그가 연설에서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 쓰여야 한다. 대통령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국민 앞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이 원하면 그것이 비록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당연히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대목은 눈길을 끌었다.
선거직 행정부인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이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자신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사법부를 겨냥해 '다수 국민이 원하는 대로 판결을 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라면 이는 삼권분립과 공화주의 원칙에 대한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이 지점에 천착해 "공공연히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부정하고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겠다고 선언한 것"(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 17일 오전)이라고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같은 집회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좀더 직접적으로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 "검찰독재정권의 정적제거에 부역하는 정치판결"이라고 사법부를 원색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은 하지도 않은 발언을 왜곡하고 증거를 조작해 기소하더니, 판사는 기억을 처벌하고 감정을 처벌하겠다고 한다"며 "법기술자들이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법치를 우롱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고도 했다.
민주당은 판결 후 이틀째인 17일까지 이른바 '원 보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비명(非이재명)계 인사들이 대거 축출된 효과이기도 하지만, 원내외에 남은 비명계 인사들도 당장은 숨을 죽이고 있다.
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은 오히려 일요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보다 더 직접적으로 당 차원의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 대표의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2022년 대선 선거비용 보전금 434억 원을 민주당이 반납해야 하는 만큼 "더 이상 이 대표 개인 문제가 아니라 당의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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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판사 겁박 무력시위…콜롬비아 마약왕인가"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사법부 독립을 부정하려 한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공세의 맨 앞에는 이 정부 법무장관 출신 한동훈 대표가 섰다.
한 대표는 판결 당일인 지난 15일 SNS에 쓴 글에서 "민주당이 '법원 각오하라'고 했다"며 이를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판사 겁박, 보복"으로 규정했다.
한 대표는 "콜롬비아 마약왕 에스코바르처럼 자기 사건 없애려 법원을 밀어버리기라도 하겠다는 건가"라며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을 지키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16일 올린 다른 글에서는 "11월 25일에는 위증교사 판결이 있다"며 "많은 국민들께서도 이 대표 위증교사는 유죄가 날 거라고들 예상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대표 측에 담당 판사를 겁박하는 최악의 양형사유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며 "형사피고인이 담당 판사를 겁박하는 것은 단순히 '반성 안 하는' 차원을 넘어선 최악의 양형가중 사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통상의 국민이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판사를 겁박한다면 중형을 선고하는 양형사유로 고려될 것이 분명하다"며 "그러니 이 대표와 민주당을 위해서라도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중단하라고 말씀드리는 것인데 오늘(16일)도 기어코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한다니 안타깝다"고 했다.
한 대표는 17일에도 사흘 연달아 이 대표를 겨냥한 글을 올려 "민주당이 2022년 한 '검수완박'대로라면 검찰이 위증교사 수사를 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 위증죄, 무고죄도 검찰 수사 못 하게 했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이 영원히 묻힐 수도 있었다. 그런 게 민주당의 검수완박 의도였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명분으로 삼아, 이를 문재인 정부 당시의 '검찰개혁'을 공격하는 데 활용하기까지 한 셈이다. 역으로 보면, 이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검찰개혁을 반대해온 측에 너무나 좋은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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