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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재명 판결문 보니…2020년 기사회생시킨 대법 판례 적용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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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2020년 허위사실 공표로 당선무효 위기

당시 대법 "토론회 한계…허위 공표 판단 엄격해야"

지난 15일 1심 "방송·국정감사, 토론회와 달라"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지난 15일 1심 판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후보자 토론회 상황이란 점이 감안됐으나 이번 재판부는 이와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해외 출장 때 유족에게 보낸 사진과 영상 등이 유죄의 증거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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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故김문기·백현동 허위 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온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 대표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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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이날 133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내놓으며 이 대표 측의 주장의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공소제기한 허위사실 공표 부분은 총 2가지인데, 하나는 방송프로그램서 말한 고 김문기 전 처장 관련 발언이고 하나는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대한 발언이다. 이 중 김 처장에 관한 허위 발언은 총 3가지로 나뉜다.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를 몰랐다’ ‘해외 출장 중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도지사가 된 이후 공직선거법으로 기소된 이후 김문기를 처음 알게됐다’이다.

법원은 이 중 ‘골프’ 부분과 백현동 부지 관련 발언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발언에 대해선 허위사실이란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 대상에 적용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단했다.

특히 이날 판결문에는 이 대표의 과거 토론회 발언을 무죄로 판단한 2020년 대법원 판례가 등장했다. 당시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발언을 한 사실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300만원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대표는 기사회생했다. 대법원은 “토론회의 경우 주장과 반론의 공방이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다”며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 사실 왜곡이 아닌 한 허위사실 공표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이번 중앙지법 재판부는 해당 판례는 후보자 상호 공방이 이뤄지는 ‘토론회’에 한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방송 프로그램과 국정감사가 모두 판례가 언급한 토론회 상황과는 다르다고 본 것이다.

골프 발언과 관련해서는 “즉흥적 답변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으나, 해당 방송은 시민 패널이 질문하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발언하는 형식”이라며 골프 발언 프로그램이 대법원 판결과 같은 후보자 토론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현동 발언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국정감사에서 질의자는 피고인 측에 사전 질의를 한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발언 도중에 패널 등을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며 “토론회 발언에 관한 대법원 판결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 주장과 같이 세부 내용이 잘못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 발언에 고도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측은 또 ‘당선될 목적’으로 한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주요하게 피력했지만, 재판부는 “경기지사이면서 대선 후보자이기도 했던 피고인은 국정감사를 지지율 상승의 기회이자,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응할 기회로 삼고자 했다”며 “당선될 목적이 인정된다”고 했다.

김 전 처장이 해외 출장 때 딸에게 보낸 동영상 등은 유죄 증거로 채택했다. 영상에는 고인이 딸에게 “오늘 (이재명) 시장님 (유동규) 본부장님하고 골프쳤다.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외 출장 중 이 대표와 함께 식사하는 사진도 유죄 증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 대표의 ‘허위’ 발언에 “고의가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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