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료·색소 넣어도 막걸리…세법 개정안 두고 논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행 주세법에 따르면 향료나 색소를 사용한 막걸리는 막걸리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합니다. 가령 딸기를 직접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었다면 '딸기 막걸리'지만, 딸기맛을 내는 향료나 색소를 넣었다면 베이스가 막걸리라도 막걸리로 부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향료·색소를 넣은 기타주류 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용기, 이름 등이 막걸리를 연상케 할 뿐 절대 막걸리란 명칭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탁주(막걸리) 제조 시 첨가 가능한 원료에 향료와 색소를 추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세법 개정안이 적용될 경우 딸기향을 첨가한 탁주를 딸기 막걸리로 부를 수 있게 되는데,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시작된 거죠. 해당 논란은 지난달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맛은 똑같은 술이 '막걸리'든 '기타주류'든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실 수 있습니다만, 판매자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입니다. 세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세제 혜택을 받는 막걸리와 비교하면 기타주류는 7배가량 비싼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개정안을 환영하는 건 이미 기타주류를 만들고 있는 대형 제조업체들입니다. 그동안 더 다양한 맛의 제품을 내놓고 싶어도 높은 세금 부담 등으로 개발 단계부터 제약을 받아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특히 향료나 색소가 첨가된 제품들은 해외 시장 인기가 상당합니다. 진입장벽이 상당한 일반 막걸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친숙한 맛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장기적으로는 해외 판로 확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5월 열린 2024 대한민국 막걸리 엑스포에 관람객들이 줄 서 있다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다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습니다. 막걸리란 술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역 특산물을 넣어 만드는 정통 막걸리가 있는 상황에서, 색소와 향료만 첨가한 유사 제품까지 뭉뚱그려 막걸리로 칭하는 게 맞냐는 겁니다. 진짜 딸기를 넣은 막걸리와 딸기향만 넣은 막걸리가 같은 취급을 받는다면 누가 원물을 넣어 더 비싼 제품을 만들고 싶을까요.
막걸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낮아질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라벨을 꼼꼼히 읽으며 성분까지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는 아무래도 많지 않죠. 향료·색소를 사용한 막걸리가 업계 표준으로 인식돼 '맛없고 질 떨어지는 술'로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합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일장일단이 있죠. 가향 막걸리에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면 장기적으로 '막걸리 세계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맛과 향이 첨가돼 진입장벽이 낮은 가향 막걸리로 현지 소비자들을 유인한 뒤, 이들이 장기적으로 정통 막걸리까지 입문하게 만드는 겁니다. 실제 해외에 진출한 많은 막걸리 업체들이 이같은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막걸리란 우리술이 정체성을 잃게 될 수도 있죠. 가향 막걸리로 얻는 인기가 막걸리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달 국감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술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저품질 술을 양산해서 수출 물량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수준 높은 명주를 만들어야 한다"며 세법 개정안 철회를 주장하기도 했죠. '진짜 막걸리' 논쟁, 국가적으로 의미는 있는 걸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