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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대한 서늘한 분석…'세상에서 가장 짧은 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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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전쟁사' 표지
[진성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분석해야 할 전쟁은 늘 새로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저자의 서문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최근 발간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전쟁사'(The Shortest History of War)는 인류가 벌여온 전쟁의 이론과 역사를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로 서술한다.

영국의 군사 역사가 그윈 다이어 특유의 분석적이고 사실적인 '차가운 글쓰기'가 돋보이는 책이다. 다이어는 1983년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전쟁'(WAR)에 촬영과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아카데미상 후보까지 오른 세계적인 군사 전문가다.

총 10개의 장으로 이뤄진 책은 3장까지 전쟁의 기원과 전투의 작동 방식, 전투의 진화 양상 등 이론적 문제를 다룬다.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전쟁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설명한 뒤 전쟁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만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나머지 7개 장에선 고전적인 전쟁을 거쳐 국지전과 대량 전쟁, 총력전과 핵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모든 역사를 아우른다. 저자는 반복된 전쟁 역사에 대한 객관적인 통찰만이 전쟁을 인류사에서 영원히 지워낼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쟁에 대한 냉철하고 깊은 분석에 이어 '죽이기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도 함께 조명했다. 눈앞의 적 대신 허공에 발포하는 병사의 사례나 드론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목표를 제거한 뒤에도 정신적 충격을 겪는 모습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본능과 도덕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시종일관 냉철한 태도를 취하던 저자는 마지막 10장에서 지금이 '전쟁의 끝'을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는 그저 점점 더 심각해지는 싸움을 계속하다가 결국 우리 자신을 파괴할 운명인가"라는 자조와 "전쟁처럼 뿌리 깊은 제도라도 더 이상 인류의 유익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폐기할 것"이라는 희망을 함께 제시한다.

진성북스. 312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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