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는 지난 9월 2024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e스포츠계의 맨시티’ 타이틀을 획득했다. 한화생명이 지금 구단의 전신인 락스 타이거즈를 2018년에 인수하고 6년 만이다. 6년 동안 우승을 위한 여정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때 팀은 LCK 하위권을 맴돌았다. 인수 후 LoL 국제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 티켓을 처음으로 거머쥐기까지 5년이 걸렸다. 구단 운영을 맡은 실무 직원의 변동도 잦았다.
어수선했던 구단을 정돈하고 한국의 맨시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이는 김성훈(41) 한화생명e스포츠단장이다. 올해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2022년 12월 구단장으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그에겐 어려운 숙제가 산적했다. 2022년은 한화생명e스포츠가 스프링 및 서머 정규시즌에서 모두 꼴찌를 기록한 해였다.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단장으로서 개인의 적응도 필요했다. 애초에 리그 오브 레전드는 그의 취미가 아니었다. 김 단장은 이전까지 회사 내에서 프로젝트 및 콘텐츠 기획 업무를 주로 맡았기에 그의 경력도 스포츠 및 e스포츠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담이 클 법도 한데 그는 담담했다고 한다.
현재 그는 한화생명e스포츠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선수단 구성 및 지원뿐만 아니라 국내외에 구단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 구단 팬들을 위한 대외활동까지 관리하는 중이다.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이 업무로 바쁘지만 지금도 시간을 쪼개 리그 오브 레전드를 공부하고 직접 플레이하며 게임을 배우는 등 ‘나머지공부’를 하고 있었다. 김 단장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다음은 김 단장과 일문일답.
한화생명e스포츠의 김성훈 단장이 지난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e스포츠 발전상을 수상한 직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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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직을 맡기 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하지는 않았다고 들었다.
“평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단장직을 맡은 후엔 종종 직접 게임을 하며 이해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경기 시청은 필수다. 우리 팀의 모든 경기는 직관하고 있다. 또 경기를 복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레 리그 오브 레전드와 친밀감을 쌓았다.”
―게임을 보고 하는 것만으론 구단장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쌓는 데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단장직을 수행하면서 매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캠프원을 찾았다. 캠프원은 선수단 트레이닝 센터다. 그곳에서 게임 관련 공부도 하고 감독과 스크림(연습경기)을 리뷰하며 이해도를 높였다.”
―올해 한화생명e스포츠는 LCK 서머시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화생명의 구단 인수 후 첫 우승인데.
“언제나 바라던 우승인데 막상 우승을 확정 지었던 순간엔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우승 후 백스테이지에서 선수단이랑 사무국이 다 함께 안고 눈물을 흘렸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지난 9월 14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2024 LCK 서머시즌 결승전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 팬이 응원 중이다. /LCK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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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인가.
“선수 한 명이나 한두 가지 요인이 우승을 견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인규 감독, 이재하 코치, 김현식 코치, 바이퍼·제카·피넛·딜라이트·도란 등 선수진, 사무국 직원들, 그리고 항상 캠프원을 지키는 매니저들과 이모님까지, 모든 구성원이 쏟은 노력 덕에 LCK 우승이라는 결실을 보았다고 생각한다.”
―경험과 노하우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선수 구성 및 전력 강화를 위한 사무국의 기획력, 선수단 경기력 향상을 위한 감독·코치·전력분석관의 전략 분석력, 긴 시즌 동안 크고 작은 위기에 대응하는 선수단의 위기대처력 등이 결합해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경험과 노하우는 단기간에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오른쪽)과 함께한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단.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피넛, 딜라이트, 바이퍼, 제카, 도란. /한화생명e스포츠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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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 서머시즌 우승 후 선수단에 대한 한화생명 차원의 보상도 있었나.
“한화생명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으로 선수단과 부모님을 초대해 우승 기념 오찬을 했다. 당시 63빌딩 로비 벽면은 우승을 기념하는 대형 래핑으로 뒤덮여있었다. ”
―내년도 목표는 세웠나.
“한화생명e스포츠의 목표 성적은 늘 우승이다. 2025년에도 LCK 우승을 목표로 정진할 것이다. 또한 국제대회에서도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경기 일산시 한화생명e스포츠 트레이닝 센터 캠프원 전경. /한화생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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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 스포츠 구단 운영은 ‘돈 먹는 하마’라는 인식이 있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사업 차원에서 구단을 지원하지만 수익보다는 비용이 크기에 그렇다. 특히 e스포츠는 전통 스포츠와 비교해 팬덤 규모가 작고 팬들의 구매력이 약하다는 맹점이 있다. 구단 인수 시점인 2018년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인기가 한풀 꺾일 때였고 국내 대기업들은 e스포츠에 섣불리 도전하지 않았다. 그런 시기에 한화생명은 금융권 최초로 e스포츠 구단을 인수했다. 젊은 세대에 생소한 생명보험을 알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e스포츠계의 맨시티라는 별명이 있다.
“한화생명은 구단 인수 후 e스포츠팀을 전통 스포츠팀 운영하듯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걸 위해 유무형 인프라를 구축했다. 2019년엔 업계 최초로 e스포츠 전문 트레이닝 센터인 캠프원을 건립했다. 선수단 전용 버스 운영, 신체·정신 관리 트레이너 도입, 선수단 소양 교육은 타 구단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e스포츠팀을 통해 구단주인 한화생명을 홍보하는 사업도 하고 있나.
“지난해 12월 ‘LIFEPLUS HLE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저축보험과 e스포츠를 결합한 보험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게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를 위한 온라인 전용 저축보험이다. 가입자 68%가 2030세대였으며 신규 고객 비율이 58%에 달했다.”
―e스포츠 구단 운영을 통해 사람들 머릿속에 심고 싶은 한화생명만의 키워드가 있을까.
“한화생명e스포츠는 특정 상품과 직결되는 이미지라기보다 더 젊고, 더 트렌디하고, 더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한화생명에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이미지를 한국에서 가장 젊은 생명보험사로 만들고 싶다.”
한화생명e스포츠 유튜브 채널 콘텐츠인 '이덕후' 촬영 중인 아이돌 프로미스나인의 이채영. /한화생명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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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e스포츠의 최종 목표는.
“젊은 세대에 보험은 생소한 산업이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단을 통해 국내외 10~30대에게 한화생명이라는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이들을 한화생명의 팬덤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10~30대가 언젠가 보험의 필요성을 느낄 때 가장 먼저 한화생명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다.”
☞롤(LoL)
롤(LoL)은 5대5로 팀을 이루어 상대 팀 기지를 파괴하는 목표를 가진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를 가리키는 애칭이다. 미국 라이엇게임즈(현재는 중국 텐센트가 인수)가 2009년 출시한 뒤 매달 1억명 이상이 즐기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호 기자(t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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