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디지털전환을 이끈 키오스크
팬데믹 시기에는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등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주문결제용 키오스크가 설치됐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커피숍, 분식점 등 음식점은 물론 학원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다.키오스크의 인기는 배달앱 정책 변화 이후 더 높아지고 있다. 배달에 집중하던 식당들이 하늘 모르고 치솟는 배달 수수료로 수익을 내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조금이라도 이익을 높이기 위해서 내점 고객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 때 키오스크가 큰 도움이 된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의 서오릉피자 흑석점에 설치된 키오스크. <부자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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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전문 매장의 경우 매출이 1억 원인데 월 500만 원 정도가 순수익이라는 곳도 많다. 인천 부평에서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33)는 차라리 매출이 낮고 소득도 적으면 몸이라도 편할 텐데 매출이 높은데 순수익이 낮으면 몸도 마음도 다 지치게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배달 전문 매장들은 쉴 새 없이 울리는 배달 주문을 확인하고 조리하고 라이더 응대해야 한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내점 고객을 받으면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들다. 내점고객과 배달 응대를 동시에 하다보면 배달 실수가 생기고 그렇게 되면 나쁜 평점이나 리뷰가 달릴 수 있어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게 아니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키오스크를 도입하면 내점 고객의 주문 결제에서 해방되니 업무가 한결 편해진다. 배달 대응하고 조리를 하고 완성된 음식을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소상공인들의 경영 애로 사항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스마트기술 도입비의 50~80%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주고 있는데, 키오스크는 인기 품목 중 하나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돈까스전문점 카츠야미 화곡점은 팬데믹이 끝난 후 매출이 두배 올랐다. 배달 전문으로 하다가 배달 시장의 여건이 안좋아지자 내점 고객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카츠야미에 설치된 키오스크. <부자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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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야미 화곡점을 운영하는 이승태씨(47)는 일등공신이 주문결제 키오스크와 디지털 사이니지라고 말한다. 내점 영업을 많이 망설였는데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시행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을 통해 키오스크와 디지털사이니지를 도입하면서 내점 영업을 개시했다. 사이니지로는 메뉴 홍보를 하고 키오스크로 주문결제에서 해방되자 직원 한 명 이상의 일손을 덜었다. 매장을 찾는 직장인들도 근무자가 응대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편하게 키오스크로 주문결제를 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 되기 때문에 훨씬 더 편하게 생각한다.
내년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의무화
그런데 가끔 고령자들이 매장을 방문하면 조리를 하다가 멈추고 매장으로 나가서 키오스크 사용 요령을 안내하거나 수기로 결제를 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이처럼 디지털 문화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위해 2025년부터 도입되는 제도가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의무화다.
2025년 1월 28일부터 종업원 100인 미만 사업장에 키오스크 등 무인정보단말기를 신규 설치할 경우 배리어프리 기능 탑재가 의무화된다.
장애인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모습. <부자비즈> |
배리어프리(barrier-free) 키오스크란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의 편의를 고려해 자동높이 조절, 음성출력, 안면인식, 수어 영상 안내, 점자 기능, 상담연결 등이 내장된 정보단말기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의무화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해당하는 기기는 터치스크린 등 전자적 방식으로 정보를 화면에 표시하여 제공하거나 서류 발급, 주문. 결제 등을 처리하는 기기이다.
단 유예 및 예외 사항이 있다. 법 시행 일인 2025년 1월 28일 이전에 도입한 키오스크의 경우 1년간 유예가 가능하나 2026년 1월28일 이후에는 해당 키오스크도 관련 의무를 동일하게 적용하게 된다. 바닥 면적의 합계가 50제곱미터 미만인 시설의 경우는 무인정보단말기와 호환되는 보조기기 설치 또는 보조 인력을 배치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예시. <부자비즈> |
우리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은 다양한 편리함을 제공하고 사업자들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지만 양이 있으면 음도 있다.
골목 골목 있는 가게나 카페, 식당에 키오스크 보급이 확산될수록 정보화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이나 장애인은 동네 앞 작은 가게에서 일상적인 물품 구입이나 식사조차 힘들어진다. 배리어프리 기술 도입 의무화의 취지는 이렇게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되고 있는 디지털약자가 더 편리하게 스마트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소상공인의 경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의무화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업자도 많다.
인천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정모씨(56)는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하라는 데 대해서 부정적이다. 정씨는 “대출 금리가 너무 오르고 매출은 떨어져 2~3년전부터 키오스크 도입을 망설이다가 내년 초에 구입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년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해야 한다고 해서 키오스크 가격을 알아보니 배리어프리 제품은 일반 키오스크에 비해서 가격이 비싼 제품이 대부분이었고 인증을 받은 제품도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매우 좁다는 것이다. 취지가 좋은 건 알겠지만 준비도 안됐는데 제도부터 시행해 소상공인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게 정씨의 입장이다.
최근 대기업을 다니다가 구조조정으로 퇴직할 예정인 양모씨(55)는 2~3년전부터 퇴직을 준비해 미리 제과도 배우고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 내년 2월 개업을 목표로 창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 의무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는 “커피숍은 키오스크 도입이 필수인데 가격을 알아보니 일반 키오스크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고 종류가 적어서 선택이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두 사람 모두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배려하는 정책에는 적극 찬성이지만 요즘 소상공인들의 현실이 너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서 정부가 무리하게 법 시행을 강제하려면 그만큼의 지원과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비 지원 받으면 키오스크 도입 부담도 적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추진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올해도 많은 소상공인들이 내년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이 사업을 통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도입했다.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사업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경영 애로 해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소상공인이 매장에 적합한 스마트 기술을 맞춤형으로 도입할 경우 컨설팅은 물론 기술 도입에 필요한 비용의 50~80%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해마다 지원 조건은 조금씩 바뀌는데 2024년의 경우 사업자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 한도에서 지원이 됐다. 특히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미래형 기술로 분류돼 최대 1000만원 한도에서 기술 도입비의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간이 과세자나 1인 사업장, 장애인 사업장은 취약계층으로 분류돼 기술 도입비의 80%까지 지원했다.
스마트상점 기술 보급 사업의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법상 소상공인에 해당된다. 매년 초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모집 공고를 내므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스마트상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평가를 한 후 선정자를 발표한다. 지원 방식이나 지원비율, 한도 금액은 해마다 조금씩 변한다.
지원되는 기술의 종류는 스마트상점 홈페이지의 기술공급기업 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매장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기술을 고를 수가 있다. 맞춤형 기술 도입을 위해 컨설팅도 지원된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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