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어…의견 최대한 존중"
"정부, 암 떼다 환자 죽었는데 '암 뗐다' 자랑하는 격…대화 태도 아냐"
의협 비대위원장에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박형욱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곧 구성될 비대위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등 참여 조건을 논의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당선 다음날인 1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의협의 앞으로의 대응 방침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정부는 지금 대화할 만한 태도가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한다"고 정부의 태도 변화를 먼저 촉구했다.
비대위 선거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던 박 위원장은 전공의 대표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의대생 대표에게도 비대위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비대위 향후 일정은.
▲ 16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비대위 구성을 어떤 직역, 몇 명으로 할 것인지 등을 논의한다. 예전에는 비대위원이 50명씩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15명 이내로 구성할 생각이다.
--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의대생 대표도 들어가나.
▲ 요청할 것이다. 아마도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견해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했는데.
▲ 투쟁하고 싶은지 협상하고 싶은지, 방법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을 일단 물어볼 예정이다.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돌아가겠다고 하면 막을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고, 그들이 강력히 반대하는데 거기에 맞서 투쟁 혹은 협상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의료계에서는 '분열을 막아달라'는 주문이 많다.
▲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막연한 비난은 자제하는 것이다. 비대위는 여러 직역으로 구성된다. 또 비대위가 아니더라도 의료계에는 여러 단체가 있다.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 의료계가 더 원하는 것은 대화와 투쟁 중 무엇이라고 보나.
▲ 지금 정부의 태도는 대화할 만한 태도가 아니다. '의대 정원을 늘린 것은 성과'라고 하지 않았나. 의사가 암을 떼어내다가 환자가 죽었는데 '내가 암을 떼어냈다'고 자랑하는 격이다. 실습 등 교육문제, 의사 배출 지연 등 시한폭탄이 여러 개다. 이런 걸 성과라고 자랑하는 것은 화만 돋우는 거지 대화하자는 게 아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변해야 할까. 당선 직후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 사실을 인정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2천명이라는 숫자가 2월 6일 발표 직전에 나왔다는 게 드러났다. 정부는 협의가 안 된 것을 협의했다고 했다. 월급을 받지 못하는 전공의들을 취직도 못 하게 만들어 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인권을 유린했다. 의료계는 이런 기억이 생생한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를 할 수 있겠나.
-- 여야의정 협의체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 조건도 그런 것인가.
▲ 그런 조건들에 대해서는 비대위가 구성되면 거기서 정확하게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전공의나 의대생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 차기 회장 선임 전까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의료계가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소외된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끌어들여 같이 논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 과도하게 비난하지 않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역할이다.
-- 환자를 포함한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의료 사태가 진행된 과정을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다. 앞서 말한 전공의 인권 유린 등을 봐 주시고 왜 여기까지, 이렇게 올 수밖에 없었는지 알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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