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
고령자 계속고용(고용연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고령자 계속고용이란 기업이 60세 정년이 지난 근로자의 고용을 연장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급속한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함께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의 불일치, 노후 소득 공백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특히 우리나라같이 고령자 재취업 시장이 열악하고 노후소득 보장 체계가 두껍지 않은 상황에서 고령자의 실업과 빈곤은 국가적 부양 부담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은 저하시키는 이중고를 초래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고령자 계속고용 논의가 지금 이뤄지는 것은 이미 때늦은 감이 있다.
일각에선 고령자 계속고용이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기업의 경영 부담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크고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이 주로 연공급제 임금 체계를 운용하는 상황에서 고령자 계속고용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속가능한 계속고용 방안을 찾고 시행하기 위해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 기업, 사회, 개인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계속고용 이슈의 경우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의 상호 연대와 이해도 필수적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선 고령자 계속고용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대화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 자리를 빌려 노사정이 꼭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사회적 대화는 참여 주체 일방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며 양보와 타협 그리고 절충의 미학이 필요한 것이란 점이다.
우리는 2013년 ‘60세 정년연장 및 임금체계 개편’을 법제화하고 2016년부터 시행한 바 있다. 매우 의미 있는 결단이자 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 및 사전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고 결국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많은 사업장이 노사 갈등 및 법적 분쟁을 겪어야 했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노사정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는 뒤로한 채 ‘법적 정년연장이냐, 임금체계 개편이냐’ 같은 명분 싸움에 매몰돼 신경전으로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생애주기에 걸쳐 모든 근로자들이 더 오래 노동시장에 머물기 위해선 노사정 주체들이 모두 종합적·다차원적 접근을 해야 한다. 또 이번 기회에 고령자 취업시장의 선진화와 고령자 고용 서비스 및 직업훈련 혁신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 대선 등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것도 노동시장 대응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간 노동계는 고용안정성, 경영계는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고령자 계속고용은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 즉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번 고령자 계속고용 논의는 한국형 노동개혁과 사회적 대화 성공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사회적 대화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경사노위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노사정의 협력과 분발을 기대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국민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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