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출신이 창업...기업가치 4조원
엔플레임·비런 등 두곳도 상장 신청...전부 유니콘 기업
"정부 지원 뒷받침...제품 개발 위한 자금 마련나서"
엔비디아 중국 사업 총괄 출신이 설립한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사 무어스레드가 중국 증시 상장에 나선다. 중국 반도체 업체가 상장 계획을 발표한 것은 올해 하반기 들어 벌써 세 번째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비하기 위해 상장을 통한 '실탄'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3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무어스레드는 전날 베이징 증권감독국에 상장 멘토링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무어스레드는 상장 멘토링 기관으로 지정된 중국 중신증권과 함께 상장 준비 절차를 밟게 되며 이후 중국 증권 당국에 상장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2020년 10월 탄생한 무어스레드는 기업가치가 250억 위안(약 4조8000억원)에 달하는 중국 GPU 업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창업 1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엔비디아 출신 장젠중 창업자와 장위보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끌고 있어 ‘중국판 엔비디아’로도 불린다.
특히 장 창업자는 15여년간 GPU 업계에 몸담은 전문가로, 엔비디아에서 중국 사업을 총괄하며 중국이 엔비디아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창업자가 엔비디아 퇴사 후 꾸린 회사인 만큼 무어스레드는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개발용 소프트웨어 쿠다(CUDA)와 유사한 무사(MUSA)를 개발했는데, 무어스레드 GPU는 전부 이 무사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쿠다가 엔비디아의 AI 칩에서만 구동돼 쿠다는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장악하는 핵심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실 상장 계획을 발표한 중국 반도체 기업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만 벌써 세 곳이다. 무어스레드 외에 쑤이위안(燧原·엔플레임)과 비런(壁仞·Biren)은 각각 지난 8월과 9월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 두 곳 역시 유니콘 기업으로 기업가치 각각 160억 위안, 155억 위안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에 대비해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무어스레드와 비렌을 거래 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포함한 바 있다.
중국 기술 업계 전문가는 차이신에 "국내(중국) GPU 업체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책 지원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품 개발과 시장 발전을 위한 자금이 필요해서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기업뿐만이 아니라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날 중국 주요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창뎬커지(JCET)는 중국중앙국유기업에 인수되기도 했다.
한편 중국상업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중국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91% 성장한 2302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상업산업연구소는 여전히 엔비디아와 인텔, AMD가 시장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지만 상장 계획을 발표한 3곳 기업을 포함해 화웨이 팹리스(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 한우지(寒武紀, 캠브리콘) 하이광(海光·Hygon), 톈수즈신(天数智芯·일루바타 코어엑스) 등 중국 AI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경제=이지원 기자 jeewonle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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