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수능 봉은사·명동성당 가보니
이른 새벽부터 학부모·가족 발길 이어져
일반 신도도 이날만큼은 수능 대박 기원
"'수고했어. 괜찬아' 응원 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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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기도가 시작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절에 와서 기도하고 있어요. 시험이 끝나고 입학하는 그날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계속 절에 올 겁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4일, 쌀쌀한 기운이 역력한 이른 새벽부터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는 수험생 자녀·손주를 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곧 수험장으로 들어갈 아들, 딸, 손주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하면서 긴 시간 수험생 뒷바라지의 고됨을 시험 당일까지 짊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날 봉은사를 찾은 수험생 가족은 대부분 노인이었다. 수험생들을 시험장으로 데리고 갈 학부모들과 달리 홀로 손주를 위해 기도를 하러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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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 13분께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온 김종희(80)씨도 대웅전에 들어서기 전 공양할 쌀과 초에 시험장으로 들어갈 손주를 위한 기원의 글을 꾹꾹 눌러 담아 쓰고 있었다.
김 씨는 “아침에 일찍 오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것 같아 일찍 왔는데 아직도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다”라며 “손주가 수능을 보고 나오면 꼭 안아주면서 수고했다고 한 마디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가지런히 합장하고 대웅전 앞뜰에 있는 탑을 도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남구에서 온 이 모(50) 씨는 “무탈하게 긴장하지 말고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오늘이 지나면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이 들 것 같고 시험을 마친 아이를 보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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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한 손주의 건강 회복을 위해 봉은사를 찾은 한 신도의 사연도 주변에 있던 다른 학부모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왕유정(70)씨는 “손자가 올해 고3 수험생인데 3개월 전에 몸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면서 “내게 꽃다발도 안겨주고 선물도 하는 착한 아이인데 아프지 않았다면 오늘 다른 학생들처럼 시험장으로 향했을 것이다”고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이어 “얼른 건강을 되찾길 바라고 많은 사람들이 수험생을 응원하는 날인 만큼 손자도 힘을 얻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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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가족은 아니지만 봉은사를 찾은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마음을 모아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매일 아침 봉은사를 찾는다는 최종섭(71)씨는 “대웅전 뒤 봉은사 명상길에 돌탑이 있는데 그동안 매일 깨끗한 돌을 서너개씩 쌓아 오늘로 2000일이 조금 넘었다"면서 “오늘은 특히 수험생들이 원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길 바라면서 돌을 쌓고 기도를 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웅전 앞 수험생 응원 메시지 종이를 가리키면서 “학부모들이 얼마나 간절하고 정성을 다했는지, 비록 글 몇 자이지만 모두 보인다”면서 “간절히 기도하는 집념이 모여 모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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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국어 시험이 시작된 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도 수험생을 배웅하고 온 학부모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거나 촛불을 밝히는 등 성당 안팎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수험생의 평안을 비는 모습이었다.
이날 명동성당을 찾은 정해련(46)씨는 “아이가 코피를 잘 흘리는데 시험 시간에는 코피가 나지 않으면 좋겠고 혹여나 배앓이는 하지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래다주고 왔다”면서 “대학에 진학해서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수생 수험생을 둔 김 모(56)씨는 “그동안 뒷바라지를 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며 “아이가 심적 부담이 심했을 텐데 성실히 했으니 주어진 만큼 잘 이겨내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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