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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신청률 10% 안팎, 실효성 있나?"… 맹견기질평가제 시작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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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맹견사육허가제 1년 계도기간 연장
동물단체, 전문가들 "당초 취지 맞게 전면 개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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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을 대상으로 기질평가를 하는 모습. 경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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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물림 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두 제도가 올해 4월 27일부터 시행되면서 맹견으로 지정된 5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을 기르려면 지난달 26일까지 기질평가를 통과하고 시·도지사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사육허가 신청 마감일 전날인 지난달 25일, 정부는 돌연 1년간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맹견을 허가 없이 사육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며 경고를 해오던 기조와는 다른 조치였다. 이는 신청 마감 시한이 임박했는데도 신청률이 매우 저조하자 '1년 연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질평가 신청은 낮고 보호자 불만은 높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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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지역 맹견 기질평가 시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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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맹견을 많이 기르는 주요 5개 지역으로부터 맹견 등록 수와 기질평가 시행 비율을 확인한 결과 서울(40.7%)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10% 안팎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5일 기준 맹견을 가장 많이 기르는 경기 지역에서는 등록된 549마리 가운데 91마리가 테스트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44마리가 테스트를 마친 후 모두 통과했다. 서울은 108마리 가운데 44마리가 신청, 34마리가 테스트를 받았고 이 가운데 2마리가 통과하지 못해 교육을 권고받았다.

비수도권 지역의 기질평가 신청률은 더 저조하다. 전북에서는 117마리 가운데 18마리가 테스트를 신청해 11마리를 평가했고, 이 중 3마리에 대해 허가 신청을 내줬으며 나머지 8마리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경남에서는 200마리 가운데 18마리가 신청했지만 일정 조율 등의 문제로 아직 기질평가를 시행하지 못했고, 부산에서는 69마리 가운데 4마리가 신청했지만 테스트를 받은 사례는 단 1마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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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이나 사고를 낸 개를 대상으로 기질평가가 실시되는 장면.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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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지역 모두 지난해와 올해 맹견 등록 수에 100마리가량 차이가 있었다. 부산의 경우에는 지난해 맹견 등록 수는 208마리였지만 올해는 69마리로 크게 줄었다. 지자체 관계자는 "개가 사망하거나 보호자와 개 거주지가 다른 경우, 이사한 경우 등을 제외하니 실제 기르는 수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신청이 저조한 데에는 절차의 복잡성, 평가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25만 원) 등 이유가 다양하다. 이미 맹견은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상의 피해 보상을 위해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다. 이런 가운데 보호자가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진단서를 구비해 비용을 내면서 기질평가까지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또 기질평가제가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이를 평가할 평가위원회조차 확정된 곳이 없는 등 준비 부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본보 7월 4일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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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맹견으로 지정한 5종 중 하나인 도사견. 전문가들은 위험한 개를 종이 아니라 개체별 기질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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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평가 가이드라인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예컨대 맹견이 노령이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 또 보호자가 이동하기가 어려워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례도 나왔다. 테스트를 완벽하게 통과하지 못해 교육을 받아야 할 때 평가 횟수가 제한돼 있는지, 지자체가 지정하는 훈련소로 가야 하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맹견이나 보호자가 평가 장소까지 오기 어렵다면 수의사 진단서나 영상 촬영, 지자체 담당자의 확인 등을 통해 평가를 면제하고 허가를 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가 횟수에는 제한이 없고, 훈련소 역시 본인이 원하는 곳으로 가면 된다"며 "현재 다양한 의견을 담아 가이드라인을 보완하고 있으며, 문의가 오는 지자체에 해당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물림 사고 감소 취지 맞게 제도 수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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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한 맹견 중 하나인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가 입마개를 하고 있는 모습. 현행법에서도 맹견은 외출 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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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낸 개의 기질평가 관련 매뉴얼을 정교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올해 6월 한 지역에서 개가 사람의 손등을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지자체 기질평가위원회는 사고를 낸 개를 대상으로 기질평가를 실시한 결과, 개는 평가장에서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테스트를 무난히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사고가 난 지역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고, 위원회는 경찰의 협조를 받아 사고 경위가 담긴 영상을 확인한 뒤 개가 공격성이 있다고 보고 보호자에게 교육을 권고했다. 개는 보호자의 말을 잘 따르고 교육이 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에 CCTV가 없었다면 개의 공격성을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기질평가제를 당초 취지에 맞게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획일화된 기질평가로는 개물림 사고의 예방과 사고를 낸 개에 대한 평가라는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맹견사육허가에만 집중돼 있는 현 제도는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도 "개물림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맹견이 아니라도 모든 보호자가 자신의 개를 항상 살피고 주의해야 한다"며 "다만 불필요한 공포 조성이나 개에 대한 통제를 위한 획일적인 검사보다는 정교한 대책 마련과 배려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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