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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그린벨트 해제後]② 베드타운 넘어 자족기능 갖출 수 있을까... 기업유치·교통 등 난제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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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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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울·고양·의왕·의정부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주택 공급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통의 편의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규 택지로 선정된 곳들은 오랜 기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탓에 도심 접근성이 떨어진다. 외딴섬 같은 곳에 주택 구입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도심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교통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개발되는 지역의 자족기능 확보도 신규 주택 공급의 흥행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번에 그린벨트가 풀린 지역 가운데 주택 공급 계획이 중복되는 지역에서는 베드타운(통근자의 주거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유치를 통해 자족기능을 확보해 주택 구입 수요를 유인하고, 공급 확대에 따른 인근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 수요 유인 위해 교통 인프라 확장돼야

14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5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통망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면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과거 서울에 그린벨트을 풀어 뉴타운 조성할 때 ‘포스트 판교’라는 평가가 나온 곳이 있는데 막상 뉴타운을 조성하고 나니 계획했던 대로 교통망이 갖춰지지 못하면서 판교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며 “불편한 교통 탓에 신규 유입도 줄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롭게 조성되는 주거 단지에 교통 인프라가 얼마나 편리하게 갖춰지는지에 따라 흥행이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규모 주택이 공급되는 만큼 택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교통 인프라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이미 교통 요충지이거나 기존 교통 인프라에 새로운 시설을 더해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신규 택지로 선정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를 공급할 지역으로 ▲서울 서리풀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의정부 용현을 선정했다.

서울 서리풀 지구는 신분당선과 수도권급행광역철도(GTX)-C 등 철도교통과 경부고속도로(양재IC·선암IC), 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내곡IC),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 도로망과 인접해 교통여건이 우수하다. 국토부는 이 지역에 신분당선, 3·4호선, GTX-C와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신분당선에 추가역을 신설하고, 인접한 철도역 간 순환 버스 네트워크도 구축할 방침이다.

고양 대곡 역세권은 이미 GTX-A,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철도가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다. 국토부는 펜타 역세권(5개 노선 환승역)의 이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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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경기 의왕시 왕곡동 개발제한구역 일대.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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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의왕 오전왕곡의 경우 철도(GTX-C, 동탄~인덕원선)와 연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가역 신설 등을 검토한다. 경기 남부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 직장과의 교통 연계성을 강화해 직주근접 생활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의정부 용현에 대해서는 철도역(GTX-C, 7호선 연장선)으로의 접근성 개선을 도모한다. 주변 간선도로 및 교차로 교통체계 개선으로 교통량을 분산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선정된 후보지들 자체가 교통 측면에서 입지가 나쁘지 않다”며 “정부가 제시한 교통 개선안에서 보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계획대로 이뤄지면 (신규 주택 공급의 기능이) 잘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교통 인프라가 계획대로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 신도시 사업의 개선 대책으로 공급되는 교통시설 사업 803건 중 10.5%(84건)은 집행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지연되거나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교통 인프라가 계획대로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공급 물량 폭탄에 ‘베드타운’ 우려…지자체 “자족기능 확보”

그린벨트 해제를 허가한 지자체는 일제히 ‘자족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판교신도시처럼 그린벨트 해제 이후 주택 공급과 함께 기업을 유치해 도시의 활력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판교는 사업지구의 7~8%를 산업용지로 활용했는데, 테크기업을 대거 유치하며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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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테크노밸리.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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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고양특례시는 특례시라는 위상에도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며 “대곡 역세권을 단순히 주거 개발이 아닌 첨단 산업과 업무 시설, 환승 시설이 융합된 자족 모델로 만들겠다. 주거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자족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제 의왕시장은 “베드타운이 아닌 진정한 자족 도시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산업을 연계하고 도시 지원 시설 용지를 확보해달라”며 “의료·바이오 산업을 유치하고 인접한 과천지식 정보타운과 연결되는 첨단산업의 벨트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도 “신규 공공주택 택지는 의정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특화계획으로 첨단산업 분야의 자족 기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수장들이 자족기능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과거 개발된 신도시가 주거 기능에 집중하면서 경제적 자족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의 자족성이 확립되지 않은 도시는 경제활동인구를 수용할 수 유인이 떨어지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해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경제적 자족성을 확보하려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기업 유치 없이 주택 공급만 늘린다면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규 택지 중 고양특례시의 경우 베드타운 우려로 기업 유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양특례시는 3기 신도시인 창릉이 개발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곡 역세권 개발과 이달 말 1기 신도시 선도지구 발표까지 앞두고 있어 주택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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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그린벨트가 해제된 경기도 고양시 대장동 대곡역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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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자족기능이 갖춰지면 추가적인 주거 수요가 유발된다”며 “직장이 생기는 거니까 이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배후 주거지라는 콘셉트로 개발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구 지정, 지구 계획을 할 때 산업 용지의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며 “지자체에서 상시적으로 기업 유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합한 기업이 있으면 계획 단계에서 검토해 입지를 고려할 예정이어서 만약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다고 하면 산업용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산업용지 공급이나 세제 혜택 등의 유인책을 얼마만큼 제시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신규 택지로 지정된 지자체 중에는 이미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및 재정금융지원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곳도 있다.

다만, 기업 유치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수많은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통해 자족기능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경기 하남시는 2010년 2월 2800억원의 투자협약을 맺은 중국 유통회사 킹파워에 그린벨트 부지 57만㎡를 해제한 후 수의계약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같은 해 9월 사업이 최종 확정되자 투자지분을 국내 회사에 넘기고 130억원의 차익을 챙겨 떠나버렸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아직 서울의 마곡에도 기업을 유치하지 못해 비어있는 곳이 있다”며 “교통이 편리하다고 해도 서울 밖에 이전을 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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