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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트럼프 손녀가 '삼촌' 부른다…머스크 '그림자 부통령' 되나 [뉴트럼프 파워엘리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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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자 부통령(Shadow Vice-president)", "트럼프 인사이더(Trump Insider)" "

미 대선이 끝난 뒤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가디언과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개표 내내 도널드 트럼프 곁을 지켰던 머스크 CEO는 당선 후에도 트럼프와 거의 매일 정권 인수 작업이 진행중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목격됐다. 머스크는 트럼프와 같이 저녁을 먹고, 주말엔 트럼프 일가와 골프하며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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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효율부 수장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일론 머스크의 가상 합성사진.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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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에 따르면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딸인 카이는 마러라고 골프장에서 머스크와 찍은 사진을 10일(현지시간) SNS에 올리며 '일론이 삼촌 지위(Uncle Status)를 얻고 있다'는 글을 달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에서 자타공인 최고 실세다. 선거 기간 공언한 대로 트럼프는 12일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으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성명에서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면서 "이는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 운동의 핵심"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지명된 후에 SNS에 "이것은 시스템에 충격파를 보낼 것이고, 정부 낭비(Government waste)에 연루된 모든 사람, 즉 많은 사람에게 그럴 것!"이라고 적힌 글을 재공유했다. 또한 "연방기관이 428개나 필요한가"라면서 "들어보지도 못한 기관이 많고 영역이 겹치는 기관도 많은데 99개면 충분하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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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신설되는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됐다. 그는 트럼프 2기 경제·산업 분야에서 자타공인 최고 실세다. 머스크가 2024년 10월 1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서 주먹을 치켜올린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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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된 이 조직은 연방 정부 예산 삭감, 규제 철폐 등을 다룬다. 머스크에게 미 연방 정부를 대수술하는 '메스'가 쥐어진 셈이다. 지난 9월 머스크는 "연방 예산 6조 7500억 달러 중에서 (낭비되는 돈) 최소 2조 달러(약 2700조 원)를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테슬라 등 자기 회사에서 1만명 넘는 인원을 줄인 것처럼 연방 정부·기관의 20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고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효율부라는 조직의 권한과 위상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정부효율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부처인지 아니면 외곽에서 백악관에 자문하는 곳이 될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BBC는 "정부효율부는 아직 공식 기관은 아니다"면서 "일반적인 정부 기관은 의회법 통과가 필요하며 수 만명의 직원을 둔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짚었다. CNN도 "정부효율부가 어떻게 운영될지, 공화당이 다수당인 의회에서 정부 지출과 운영에 대한 그토록 과감한 개혁을 승인할 생각이 있을지 당장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도 머스크 지명 발표에서 "정부효율부는 정부 외부에서 조언과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혀 공식 부처가 아닌 일종의 자문기구나 위원회로 운영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 공영방송 NPR은 "트럼프가 정치적 전통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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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별장 근처 골프장에서 포즈를 취한 트럼프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의 딸 카이(왼쪽부터)와 일론 머스크, 머스크의 아들. 카이는 머스크가 삼촌의 지위를 얻고 있다고 썼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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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이해상충 문제"…한시적 위원회로 할듯



머스크는 정상들의 통화에 낄 정도로 트럼프와 가까워진 모습이다. 승리를 만끽하던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하며 당선 축하를 받을 때 스피커폰으로 곧장 연결된 사람도 머스크였다고 CNN이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에게 했던 머스크의 베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머스크가 자기 측근을 정부 요직에 꽂으려 한다고 전했다. 테슬라 공장 건설을 총괄한 머스크의 '오른팔' 오미드 아프샤르, 머스크의 재산을 관리해온 뉴럴링크 간부 재러드 버철, 스페이스X의 테렌스 오쇼네시와 팀 휴즈 등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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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오른쪽)가 2024년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첫 암살 시도가 있던 현장에서 다시 가진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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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머스크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CNN은 머스크가 거느린 전기차·우주산업·인공지능(AI) 등 민간사업과 정부 업무 간에 이해 상충을 어떻게 해결할 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머스크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가 정부 효율위를 한시적 성격을 띤 대통령 자문 위원회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머스크가 공식 장관직에 오를 경우 이해 상충 방지와 공직자 윤리 실천을 위해 테슬라 지분 등을 신탁 혹은 매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이런 방식을 블루리본위원회(BRC)라고 하는데, BRC 위원장이 되면 별도 공직자 윤리 심사를 받을 필요도 없고 현 기업 경영 활동에도 장애가 없다.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선거 캠프에 지난 7월~10월 1억8000만 달러(약 2500억원)의 자금을 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대선 결과 트럼프가 당선되자 머스크의 자산 가치도 크게 뛰었다. 머스크가 소유한 자산의 대부분인 테슬라의 주가는 대선 기간이던 지난 5일~8일 4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그 결과 자산이 700억 달러(약 98조원) 증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2500억원을 투자해 98조원을 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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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오른쪽)가 2024년 10월 5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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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머스크, 딸 커밍아웃 충격으로 우경화"



한때 머스크는 민주당 지지자로 분류됐고 2020년 대선 때 조 바이든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돌아선 건 코로나19 때 바이든 정부가 테슬라 공장을 강제 폐쇄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다시 공장 문을 열면서 "관료적 덩어리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효율부에 대한 구상도 이때 나왔을 것이란 추정이다. 알자지라는 머스크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우파 지도자들과 교류하면서 '우클릭'했다고 전했다.

WP는 머스크가 공화당 지지로 돌아선 계기가 성전환한 자녀가 '커밍아웃' 후 머스크와의 관계를 끊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올해 7월 한 인터뷰에서 성전환한 딸 비비안 제나 윌슨의 성(性) 정체성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딸이 진보 인사들이 중시하는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에 의해 "살해됐다(killed)"고 말했다. 윌슨은 머스크가 2000년 결혼해 8년 뒤 이혼한 작가 저스틴 윌슨과 사이에서 얻은 자녀 5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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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머스크가 펴낸 책의 한국어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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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지난 3월만 해도 트럼프를 대놓고 지지하지 않았다. 먼저 트럼프가 "머스크와 난 수년 전부터 친했다"면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자 머스크는 바로 다음 날 "대선 후보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러다 지난 7월 트럼프가 괴한의 총격을 받은 첫 번째 암살 시도가 벌어졌고, 머스크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때부터 머스크는 대규모 선거 자금을 대고 유세장을 따라다니며 찬조 연설을 했다. 머스크가 올린 SNS 글은 트럼프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활용된 확성기였다. 부통령인 JD 밴스를 트럼프에게 추천한 사람도 머스크였다.

다만 트럼프-머스크의 브로맨스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머스크의 전기차 사업이 미·중 사이에 껴 있다"면서 "트럼프가 중국에 강하게 나가 사업이 타격받으면 머스크가 등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남아공 출신 아버지와 캐나다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이중국적자로 태어났다. 2002년 미국 국적도 얻어 삼중 국적이다. 테슬라(전기차)·스페이스X(우주)·스타링크(위성)·뉴럴링크(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여러 기업을 운영 중이다. 12살에 컴퓨터 게임을 직접 만들고 판매할 정도로 게임광이다. 부모의 이혼 뒤 캐나다로 건너와 캐나다 퀸스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1992년 펜실베이니아대로 편입해 와튼스쿨에서 배웠다. 1995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에 등록했다가 자퇴해 실리콘 밸리로 이주했고 창업해 성공을 거뒀다. 영화 '아이언맨' 속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머스크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 관심이 있단 말도 나오지만, 대선 후보의 출생지가 반드시 미국이어야 한다는 법에 위배돼 출마 자격이 없다.

■ 머스크 어머니는 중국서 인기

도널드 트럼프에 있어 일론 머스크는 미·중 관계 악화시 해결사가 되어줄 카드이기도 하다. 중국에 제조 공장을 두고 있는 머스크는 지난해 5월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최측근들을 만났다. 또 그해 11월 미국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선 미국 기업인들을 데리고 시 주석과 만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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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의 어머니 메이의 자서전이 중국 여성 사이에서 크게 흥행했으며 테슬라의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하는 메이가 '머스크의 비밀 병기'로 중국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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