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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사설]서민 짓밟는 불법사금융 척결...이런 게 진짜 민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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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딸을 키우며 살던 30대 여성이 불법 사채업자의 협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불법 사금융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종암경찰서는 9월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나서 용의자를 특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전북 전주의 한 펜션에서 발견된 사망자의 유서와 휴대전화 기록은 대부 조건과 추심이 얼마나 악랄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자율이 연율로 수천 %에 이르렀고, 상환이 늦어질 때마다 수십만원 원금에 10만원씩 이자를 더 내라는 압박도 있었다. 사채업자가 피해자의 가족과 딸이 다니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악의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협박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건을 접하고 분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그제 “불법 채권추심 행위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악질적 범죄”라면서 “검찰과 경찰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불법 채권추심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금융당국에는 “서민 금융지원 정책을 전면 재점검해 서민들이 불법 사채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도 비슷한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지난해 11월 9일 금융감독원에서 ‘불법 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열고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때 윤 대통령은 불법 사채업자의 빚 독촉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 선택을 한 2014년 세 모녀 사건 등을 예로 들며 “고리 사채와 불법 추심은 정말 악독한 범죄”라며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계기로 ‘불법 사금융 척결 범정부 태스크포스’도 구성돼 가동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불법 사금융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6000여 건이나 된다.

지난 1년 간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말로만 한 것이냐는 질책을 안 할 수 없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 금융기관 문턱이 높아져 사금융에 기대는 서민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 척결에 공권력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주된 타깃인 저소득·신용자를 위한 안전망 보강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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