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바이든, 2시간 회동…"중동·우크라 전쟁 등 논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좌)과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활한 정권 인수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 벽난로 앞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은 악수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벌 오피스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21년 1월 20일 대통령 퇴임 이후 약 3년 10개월 만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이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위한 미 백악관의 전통에 따라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 당선인을 초청해 성사됐습니다.

4년 전인 지난 2020년 대선이 끝난 뒤에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현직 대통령과 바이든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6월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CNN 방송 주최 대통령 후보 TV 토론 이후 4개월여 만입니다.

이날 회동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축하한 뒤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기대한다. 필요한 것들을 충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 (백악관에) 돌아온 걸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매우 고맙다. 정치는 어렵고, 많은 경우 그리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좋은 날"이라며 "정권 인수가 매우 순조로워 감사하다"고 화답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어 "(정권 인수는) 가능한 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까지 언론에 공개되고 이후에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거의 2시간 동안 이어진 이날 회동이 "매우 화기애애하고 품위 있고, 실질적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2020년 대선 때부터 대권 라이벌이던 두 사람이 그간 서로를 향해 비난과 거친 독설을 퍼부은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장면이 연출된 것입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두 사람이 국가 안보와 국내 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두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상세한 질문 목록을 갖고 왔고,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질문에 답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재난 대응 추경 예산 확보 등을 내년 1월 퇴임까지 해야 할 주요 의제로 제시했지만, 기밀 사항을 공유하지는 않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히 트럼프 당선인에게 항상 소통 라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회동에는 백악관 제프 자이언츠 비서실장과 트럼프 당선인이 첫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수지 와일스도 동석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고, 바이든 대통령이 답을 했다"며 "중동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의 입장이 뭔지,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이 뭔지 알고 싶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친절히 알려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화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정말 긴 힘든 시간이었다"면서도 "서로 회동을 즐겼다. 양측 모두 많은 일을 해왔고, 선거운동과 다른 것들도 매우 잘 해냈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울러 내년 1월 20일 취임식 직전 바이든 대통령과 다시 만나길 바란다면서 "오벌 오피스는 매우 아름답다. 분명히 다시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전 대선 승리 이후 머물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을 떠나 2시간여 비행 끝에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탄 전용기가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이용한 것은 2021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직 퇴임일이자 바이든 대통령 취임일 이후 처음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오전 9시 36분 자신의 전용기에서 내릴 때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도 이날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여사로부터 백악관에 초청받았으나, 선약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해 모인 미 의회를 방문해 연설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일 새벽 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대선 승리 선언 이후 일주일 만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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