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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주정완 논설위원이 간다] 8000억짜리 새만금 신공항, 세금낭비 피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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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의견 갈린 신공항 공청회



중앙일보

지난 11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 국제공항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안전요원들이 단상을 둘러싸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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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송풍동의 군산청소년수련관 대강당.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주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9월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고성과 몸싸움으로 파행을 겪은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마련한 자리였다. 두 달 전엔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이 단상으로 진입하고 주최 측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엔 공청회 시작 전부터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안전요원 수십 명이 단상을 둘러싸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강당 입구에는 확성기·스피커·피켓·현수막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도 붙었다.



군산공항 옆에 신공항 건설 계획

경제성 무시한 ‘선거용 사업’ 논란

찬성 측 “속도감 있게 사업 추진”

반대 측 “세금낭비·환경파괴 우려”

기존 공항도 이용객 수 저조한데

“연 105만 신공항 이용” 가능할까

공청회장 단상에 나란히 앉아 있는 여덟 명의 의견 진술자와 토론자 가운데 주민 대표는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인 군산 하제마을 어촌계에서 온 전진현씨였다. 그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어업권 피해 보상 문제가 부실하게 조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씨는 “이번 공청회 전에 어떠한 의견 제시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하제마을 어촌계가 있다는 걸 알기는 했나”라고 물었다.

주변 어민 피해 보상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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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전북 시민·환경단체들이 신공항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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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한 업체에선 “새만금 방조제 바깥쪽에는 일부 어업권을 확인했지만 방조제 안쪽에는 어업권이 모두 소멸해 보상할 부분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법적으로 유효한 어업권이 아니기 때문에 공항 건설 공사로 어민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보상이 어렵다는 얘기였다. 전씨는 “무허가 주택이라도 실제로 거주하면 철거할 때 보상을 해주지 않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어민들의 피해는 모른 체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단상 아래쪽 주민 의견을 듣는 순서가 되자 고성이 오가며 소란이 벌어졌다. 일부 참석자가 발언을 길게 이어가자 청중 사이에선 “당신 얘기 듣기 싫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신공항 찬성 측 주민은 “군산 발전을 위해 응원한다”며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반면 신공항 반대 측 주민은 경제성도 부족하고 미군 공군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공청회를 주최한 서울지방항공청의 송화용 공항시설과장은 “(신공항) 관제탑은 지금 미군과 협의 중인 상태”라며 “민항기는 우리가, 미군기는 미군이 한다는 기본적인 계획만 있고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새만금 잼버리 폭망 충격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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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렸던 새만금 야영장 부지의 최근 모습.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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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예정지 주변 주민들이 제기한 소음 피해 우려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수행 업체에선 “민항기 소음은 전투기 소음보다는 훨씬 작다. 신공항으로 인한 소음 증가는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발언권을 신청한 주민은 “실제 이 근처에서 살아 봤나. 창문이 떨리고 침대가 떨리는 비행 소음을 실제로 측정해 봤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이 참여하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은 이날 공청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의 김나희 홍보국장은 “새만금 잼버리 폭망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올림픽 유치는 허황된 망상”이라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새만금 신공항 개항 이후인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장을 낸 것을 비판하는 발언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경제성 부족과 세금 낭비 ▶수라갯벌 등의 환경 파괴 우려 등을 제기하며 신공항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주최 측의 사전 허가가 있어야 의견 진술자로 나설 수 있는 방식의 공청회는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새만금 신공항은 경제성만 따지면 적자가 뻔히 예상되는 사업이다. 2019년 국토교통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새만금 신공항의 비용 대비 편익 분석(B/C)은 0.479에 그쳤다. 예컨대 사업비로 1000억원을 투입한다면 사회적으로 돌아오는 편익은 479억원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두 차례 대선에서 지역 공약으로 나와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국무회의에서 새만금 신공항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경제성이 있는지, 없는지 따져보는 절차를 건너뛰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새만금 신공항은 문 전 대통령이 2017년 대선에서 지역 공약의 하나로 제시했던 사업이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이 사업을 이어받았다. 윤 대통령은 같은 해 대선에서 전북 지역 유권자에게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착공’을 약속했다. 국토부는 같은 해 6월 말 총 사업비 8077억원 규모의 신공항 사업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공사에 들어가야 했지만, 아직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신공항 착공이 늦어지면 개항 예정 시점(2029년)도 연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토부는 2058년 기준으로 국내선(54만 명)과 국제선(51만 명)을 합쳐 연간 105만 명이 새만금 신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검토 보고서의 분석 결과(85만 명)와 비교하면 20만 명을 늘려 잡았다. 하지만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수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 측은 “전북에서 KTX나 자동차로 1~2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국제공항이 이미 두 곳(청주·무안공항)이나 있다”며 “연간 이용객 수 317만 명을 예측했던 양양국제공항도 결국 ‘유령 공항’으로 전락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인근 군산공항, 이용객 적어 매년 적자

신공항에 반대하는 시민·환경단체들은 국토부의 수요예측이 과장됐다며 군산공항의 사례를 제시했다. 신공항 예정지 바로 옆에 있는 군산공항은 이용객이 적어 영업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군산공항은 지난해 6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매년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지난해 군산공항의 이용객 수는 17만3000명으로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꼴찌(양양공항 15만8000명)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양양공항의 경우 지역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지난해 5월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운항 중단에 들어가면서 이용객 수가 급감했다. 전북 지역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이미 군산공항에서 철수한 상태다. 현재는 대한항공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아 하루 두 번 군산~제주 노선을 운항 중이다.

국토부 사업계획에 따르면 새만금 신공항의 활주로는 길이 2500m짜리 한 곳, 비행기를 세워둘 수 있는 주기장은 다섯 곳이다. 국제선이 있는 공항 중에선 소규모에 속한다. 여기서 대형 항공기로 유럽이나 미국까지 가는 장거리 국제선을 띄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동북아(중국·일본·대만)나 동남아(필리핀·태국·베트남) 등 단거리 국제선을 취항할 계획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 대실패로 끝난 새만금 잼버리, 개발사업 타당성 논란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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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며 대실패로 끝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사진)는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 신공항을 비롯한 새만금 주변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까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북도는 처음부터 잼버리 유치를 내세워 새만금 개발사업에 중앙정부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2018년 발간한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선 “국제공항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등 새만금 내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필요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새만금 잼버리를 ‘전북 발전의 지렛대’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새만금 잼버리 폐막 이후 한덕수 총리는 사실상 새만금 개발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각종 개발계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라는 뜻이었다. 지난해 새만금 신공항 사업 예산(135억원) 가운데 실제로 집행된 돈은 1900만원, 0.1%의 예산 집행률이었다.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신공항 사업은 지난 8월을 고비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SOC 사업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고 신공항 추진 계획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새만금 신공항 사업(632억원)은 올해(327억원)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세금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지난해 13개 지방공항 가운데 영업흑자를 기록한 공항은 두 곳(김해·제주)뿐이었고 나머지 11곳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각 지자체의 신공항 유치 경쟁과 부실한 사업계획으로 인해 수요가 부족하고 경제적 타당성이 미흡한 지방공항이 다수 건설돼 막대한 적자를 유발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신공항 건설사업을 위해선 정부의 면밀한 타당성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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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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