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소장 "계엄 해제 후 적법하게 체포·구금"
유족 "즉시 항소 취하로 고인·유족에 대한 도리 다해야"
서희원 변호사 "검찰, 무죄 쉽게 인정 않고 가능한 한 다퉈보려"
광주지검 순천지청. 고영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찰이 여순사건(여수순천10·19사건) 재심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하면서 유족 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유족은 국가가 형벌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검찰에 즉각적인 항소 취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지청장 김성동)은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법관 김용규 서승범 이지혜)가 지난 9월 12일 여순사건 희생자 고 김용덕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하자 9월 19일 항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고 김용덕씨는 여순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 혐의로 금고 3년을 선고 받았고 재심 판결 당일 순천지청 이강천 검사가 법정에서 "1948년 여순사건 당시 체포·구금 일시와 판결 사이에 1년 4개월의 시간 간격이 있는 데, 이 기간 동안 체포·구금됐다고 볼 수 없다"며 "체포·구금 이후 석방됐다가 적법하게 판결을 받았다"는 논리를 폈다.
순천지청 김태환 검사도 이번 항소장에서 이 검사와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김 검사는 항소장을 통해 "체포·구금 일시(1948년 10월 27일)와 판결(1950년 3월 2일) 사이에 1년 4개월의 시간적 간격이 있어 경험칙상, 김용덕씨가 1년 4개월 동안 계속해서 체포·구금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용덕씨가 1948년 10월 27일 체포·구금된 이후 석방됐다가 계엄 해제 후 적법하게 체포·구금된 상태로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김용덕씨 진술의 임의성·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이처럼 김용덕씨에 대한 공소사실이 인정되는데도 "1심 재판부가 경험칙 등에 위반해 증거 판단에 대한 사실인정을 그르치고 법리를 오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하며 "이 법원이 이미 재심 개시 결정에서 인정한 것 같이 1948년 10월 27일경 불법적으로 연행됐고 이와 같이 위법한 체포 구속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채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순사건 당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김용덕씨를 체포·구금했다고 추단할 수 없다"며 "위법한 체포에 따른 진술 등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규정했다.
재심 무죄판결을 받아냈던 서희원 변호사도 법정에서 "체포돼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1년 4개월은 불법 체포 기간"이라고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금만 화백의 여순사건관련 작품이 전시돼 있다. 고영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무죄 판결에도 검찰의 항소가 진행되자 유족은 반발했다.
고 김용덕씨의 유족은 "무죄 판결을 받아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검찰 항소로 인해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이승만 정권이 정당한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고인을 끌고 가는 등 무자비한 행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검찰이 억울한 유족의 한을 풀어주기는 커녕 항소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은 또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들 가슴에 검찰이 항소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아 참담한 심정"이라며 "검찰이 지금이라도 항소를 취하해 고인과 유족에 대한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 변호사도 "검찰이 군법회의가 아닌,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았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재심 무죄를 쉽게 인정하지 않고 가능한 한 다퉈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여순사건 재심 재판은 광주고등법원으로 넘어가 제2형사부 심리로 2025년 1월 14일 오후 2시 40분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