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피싱범 신고했더니…"붙잡아 두지 마라" 결국 허탕

<앵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을 붙잡아서 신고를 했더니, 경찰이 일단 그냥 보내주고 나중에 고소하라고 했단 제보가 왔습니다. 결국, 조직원은 도망갔고 신고자는 보복하겠단 협박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제보 내용 김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제(12일) 새벽 충남 천안의 한 편의점.

40대 A 씨와 다른 남성 2명이 탁자에 둘러앉아 있습니다.

A 씨는 통장을 판매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범죄에 악용될 걸 우려해 통장 구매자 B 씨를 불러냈습니다.

A 씨가 경찰에 넘기겠다며 추궁하자 B 씨는 통장이 불법 거래에 쓰인다고 인정했습니다.

대포폰으로 보이는 B 씨 휴대전화에는 보이스피싱 범행 지침도 있었습니다.

[A 씨/신고자 : 휴대전화를 여니까 피싱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는 거예요. 보이스피싱을 하고 어떻게 명의자를 꼬셔서 어떻게 통장을 (관리하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란 것을 확인한 A 씨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문자로 112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현행범으로 인수할 수 없으니 신원을 확인해 나중에 고소하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B 씨에게 신분증이 없고 대포폰까지 찾았다고 다시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습니다.

A 씨는 다시 전화로 신고했고, 최초 신고 20분 만에야 경찰이 출동했지만, B 씨는 뒤이어 나타난 일당들과 함께 현장을 빠져나간 뒤였습니다.

[A 씨/신고자 : 경찰이 제가 문자 보냈을 때 만약에 왔다고 하면 100% 잡았어요.]

이후 B 씨 일당은 텔레그램으로 A 씨를 조롱하고 협박하기까지 했습니다.

[A 씨/신고자 : 약 올리더라고요, 잡아보라고. '너만 피싱범으로 엮이게 해서 너까지 감옥 넣어줄게', 이렇게 협박 메시지가 왔어요.]

경찰은 문자 신고를 접수했을 땐 긴급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양승철/충남경찰청 생활안전부 112관리팀장 : 신고 내용 중에 '어린애 같아서 보내주려고도 했다'는 내용(이 있었고), 붙잡아두고 있을 때 혹시 다른 시비에 엮이지 않을까….]

또 매뉴얼에 따라 적절히 처리했다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112상황실 운영 규칙은 신속한 범인 검거가 필요할 경우 최우선 출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안여진)

김태원 기자 buhwa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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