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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캠퍼스서 속옷 입고 시위하다 끌려간 여성…이란 여성 권리 투쟁 상징으로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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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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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는 스프링이다! 스프링처럼 통통 튀는 이슈를 핵심만 골라 정리해드립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속옷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이란 여대생이 벽화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팝아티스트가 이 여대생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이란영사관 인근 건물 외벽에 벽화를 그린 것입니다.

히잡 착용 단속에 항의해 속옷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이 여대생은 이제 이란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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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로 팔롬보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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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상황인데?



이탈리아의 팝아티스트 알렉산드로 팔롬보는 현지시각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이란영사관 인근 건물 외벽에 그린 벽화를 공개했습니다. 벽화 속 여성은 이란 국기가 그려진 속옷 상의와 영어로 '자유(Freedom)'라는 단어가 적힌 속옷 하의를 입은 채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입니다. 팔롬보는 풍자적인 표현을 통해 사회 문화 현상을 날카롭게 꼬집는 작가로 유명합니다.

팔롬보는 지난 2일 속옷 시위 도중 체포된 이 여학생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이 그림을 그렸는데요,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벽화 사진을 올리고 "자유 - 이란 학생 아후 다르야에이가 밀라노 이란영사관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걷는다. 이란 정부는 이 학생의 행위는 '비도덕적'이고 이 학생의 사진을 퍼뜨리는 건 도덕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한다"라고 썼습니다.

그는 또 "그녀의 몸짓은 심오하고, 그녀의 희생은 파괴적"이라면서, "그녀는 자기 몸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이란 여성들의 자유와 용기의 외침을 이어가도록 우리를 초대한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공범이 되지 않도록, 무관심하지 않도록, 외면하지 말고 함께 싸워달라는 경고"라고 덧붙였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이름이 '아후 다르야에이'(Ahoo Daryaei)인 것으로 알려진 이 여대생은 지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이슬람 아자드 대학교 이과대학 캠퍼스에서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다가 체포됐습니다. '속옷 시위' 장면을 담은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돼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 동영상에는 이 여성이 팔짱을 끼고 걸어가거나, 앉아 있는 모습뿐 아니라, 남자들이 이 여성을 붙잡아 강제로 차에 태우는 장면까지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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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폭행당하자, 학교 안에서 이뤄진 히잡 착용 단속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속옷만 입고 교내를 걸어 다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학 측은 단속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도덕경찰의 폭행은 없었다며, 오히려 학생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리 주재 이란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이 학생이 '전문치료센터'로 이송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대사관은 이 학생은 심리적 장애가 있어서 앰뷸런스로 '전문치료센터'로 옮겨졌다고 했지만 그 센터가 어떤 곳인지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사관은 또 이 여성은 남편과 별거 중인 두 자녀의 어머니라면서, '가족을 위해 이 학생은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영상 속에서 침착하게 걷고 있는 이 학생의 모습을 보면, 정신장애라는 이란 당국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히잡 착용 의무 폐지 운동을 해온 마시흐 알리네자드는 이 학생의 동료들로부터 그가 '정신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기쁨과 활력으로 가득 찬 활기차고 용기 있는 여성'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운동가들은 이란 당국이 이 여성을 정신병원에 가둘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미니 사망 이후 여러 시위 참가자들이 국가가 운영하는 정신병원에 보내져 전기충격과 구타, 화학요법 등 고문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란 당국은 히잡을 벗는 것을 치료가 필요한 정신장애와 동일시하고 있다'면서, '이 여성이 이름 없는 정신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보도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한 걸음 더



'도덕경찰(지도순찰대)'은 이란 여성의 복장을 규제하는 조직입니다. 이란을 '신정일치 국가'로 만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는 건 나체로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했습니다. 이란에서는 외국인을 포함해 만 9세 이상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히잡을 써야 합니다.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법이 1981년 제정되었고, 무제한의 체포, 구금 권한을 갖고 히잡 착용 위반을 단속하는 도덕경찰 조직이 생겼습니다.

2022년 9월,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사흘 만에 감옥에서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심장마비로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경찰이 진압봉으로 아미니의 머리를 때렸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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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3일, '히잡 불량 착용'을 이유로 이란 풍속 단속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다가 쓰러진 마흐사 아미니. 그녀는 사흘 만에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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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들은 분노했습니다. 이란 전역에서 "나도 아미니다"라는 절규가 쏟아졌고 많은 여성들이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를 내걸고 항의 시위에 나섰습니다. 여성들의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습니다. 시위 참가자 2만여 명이 체포됐고 7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아미니의 사망 이후 이란 당국은 도덕경찰 조직을 해체하고 히잡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도덕경찰의 단속을 재개했습니다. 2023년 1월, 도덕경찰에 구타당한 16세 가라완드가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가라완드가 객차 옆에 머리를 부딪힌 후 기절했다'고 했지만, 인권단체들은 "히잡을 쓰지 않고 열차에 탄 가라완드를 경찰이 밀쳐 넘어뜨리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의식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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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문화전문기자 sh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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