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상 교과서 실린 작품 '0원'
창작자 위한 법적·체계적 보호 절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
한강 작가가 교과서에 실린 작품에 대해 20년 이상 저작권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원래 저작권법상 교과서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작품을 실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작가와 연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작권료 지급이 누락되었다. 그렇게 지난 10년간 쌓인 미분배 저작권료가 250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나도 혹시나 해서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나 찾아보았다. 얼마 전, 올해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다는 연락을 받긴 했지만, 그전에는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막상 찾아보니 지금까지 7번이나 내 글이 교과서에 실렸던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에 신청하여 지금까지 미지급된 저작권료를 모두 청구했고, 얼마 전에 밀린 저작권료를 이자까지 모두 보상받았다.
물론, 그렇게 해서 받은 저작권료 자체는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도 내가 쓴 글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어느 아이의 삶에 내 글이 조금은 기여했다는 걸 알게 되면, 기뻐하지 않을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작가란 금전적 보상보다도 때로는 그런 보람에 따라 글을 쓰는 직업인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교과서 출판사에서 문저협에 작품 수록을 통지하고 보상금까지 지급해도, 다시 문저협에서 작가에게까지 연락이 닿는 일이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어, 교과서에 싣는 단계에서부터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알려주고, 정당한 저작권료까지 지급해주기도 한다. 작가들로서는 그런 과정에서 깊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글쓰기를 이어나갈 적지 않은 힘을 얻을 것이다.
교과서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창작자의 저작권 보호 문제는 여러 방식으로 존재해왔다. ‘구름빵’과 ‘검정고무신’ 사건에서 창작자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지 못하여 문제가 되었던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령, ‘구름빵’은 2차 시장 등에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저자는 무명 시절 출판사와 맺은 ‘매절계약’으로 천만 원대의 인세를 받은 데 그친 것이다.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 탈락하였음에도 주최 측이나 심사위원 등에 의해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유명 창작자의 경우에는 저작권 문제에서 업체 등에 대하여 우위를 가지는 경우가 많겠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무명 또는 일반 창작자는 업체 등과의 관계에서 ‘을’인 경우가 많다. 특히, 무명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여, 권리를 보호할 생각조차 못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창작자에 대한 정부와 법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보호 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요즘에는 고등학교 등에 특강을 나가보면, 학생들의 저작권에 대한 관심도도 매우 높다는 걸 느낀다. 그만큼 학생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창작자인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순간, 누구나 저작권자가 될 수 있다. 또한 매일같이 콘텐츠를 소비할 때,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 다른 어떠한 분야의 권리 못지않게 저작권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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