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월츠,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 유력"
대중 강경파 기용 속내는 '우크라이나 전쟁 빨리 끝내고 중국 견제 주력' 풀이
2018년과 달리 미국 손 쉽게 잡기 힘든 북한…전문가 "미러관계 개선돼야 가능"
변화한 국제정치 상황, 곳곳서 나오는 '비핵화 대신 북핵 동결' 우려
외교부 "비핵화에서 군축으로 간 것 아니다…대화하더라도 우리 입장 반영돼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한 루비오 상원의원.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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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안보 사령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한반도와 북핵 문제에 끼칠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장관이 모두 '대중 강경파'로 기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결하고 대중 압박에 집중할 것이라고 해석되는 상황이다. 최근 북한군의 파병으로 전쟁의 향방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된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반도 문제에 언제, 어떻게 나설지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외교안보 사령탑에 '대중 강경파' 유력…'전쟁 종결' 계속 강조해 온 트럼프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 육군 특수작전부대(그린베레) 출신인 마이클 왈츠 연방하원의원을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두 사람의 공통점은 연방의회에서 활동하면서 강한 반중(反中) 정서를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진행했다는 점에 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기용은 러시아, 중동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중국의 군사·경제·외교적 부상을 억제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차지한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특히 WSJ는 지난 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들이 현 상태의 전선을 그대로 동결하고,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가입 노력을 최소 20년 동안 유예하도록 압박을 가하며, 미국은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향후 러시아의 공격을 억제할 무기 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는 내용을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20일 취임을 아직 두 달 정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다시 말해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얼마나 큰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러시아 또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협상에 나서지는 않으면서도, 이러한 행보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면서, 24시간 내 전쟁을 끝내겠다던 그의 발언에 대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 병사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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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서 북미협상 한다 해도 상황이 변했다…외교부 "북한과 대화해도 우리 입장 반영해야"
우리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그만큼 많아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우리가 먼저 남북대화와 '중재자 외교'를 통해 이른바 '탑-다운' 외교에 적극 참여했던 때와 달리, 현재는 남북대화가 아예 끊겨 있는 상황이다. 이는 현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로 추동할 지렛대가 마땅치 않음을 의미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북러 양측의 밀착이 강화된 것도 국제정치적으로 중요한 변화다.특히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의 뼈아픈 경험으로 인해 그해 말 '자력갱생'을 선언하고, 이후로 핵·미사일 전력에 이어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등 전반적으로 미국을 신뢰하기보다는 독자적인 '안전판'을 확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설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또다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추동하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에 전투병까지 파병한 상황에 곧바로 미국의 손을 잡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의 귀환이 곧장 북미 협상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이유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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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원대 조성렬 초빙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미국을 완전히 믿긴 어렵지만 손을 내밀면 거절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 조건은 충족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고, 러시아와 미국이 대화를 어느 정도 진행해야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 종식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일정한 타협을 통해 불안 요소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북핵 문제를 단계적·점진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하되, 북한을 어느 정도 달래는 식으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측에서 자주 나오고 있는, 미국이 북핵에 대해 '비핵화' 대신 이른바 '동결'을 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원곤 교수는 "평화협정은 6.25 전쟁의 사례처럼 매우 지난한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북한군의 파병은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해야 한다"며 "트럼프가 '치적'을 남길 수 있는 곳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이지 한반도가 아니며, 한반도에 대해선 현상 유지를 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우려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해서는 한미간에 완전한 합의가 있다. 정책 목표가 비핵화에서 군축으로 간 것이 아니다"며 "핵억제의 비중과 비핵화 협상 기회가 줄어들어서 '(비핵화를) 포기한 것 아니냐'고 비춰지는 면이 있는데, 비춰지는 것과 정부 정책이 그렇게 가는 것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현재 미국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것을 다시금 강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북한에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으로 초기에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은 사실이고, 트럼프 당선인의 기본 협상 전략도 초반에 세게 밀어붙여서 판을 흔들어 놓는 것"이라며 "다시 북한과 대화를 한다고 해도 그전의 노선을 따를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도로,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는 과정을 통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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