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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전 암호화폐 1년 새 2.7배↑
12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전된 암호화폐 규모는 52조3000억원에 달한다. 건당 100만원 이상 이전만 따진 것으로, 지난해 상반기(19조7000억원)보다 1년 새 2.7배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25조3000억원)에도 상반기보다 암호화폐 해외 이전 규모가 늘었는데 올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김영희 디자이너 |
암호화폐를 해외 거래소로 이전한 이용자 수도 지난해 상반기 11만9000명에서 올해 상반기엔 20만3000명으로 70.6% 증가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업비트‧빗썸과 같은 국내 거래소 대신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다만 FIU는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국내로 유입된 규모는 따로 집계하지 않아 순유출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원화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이를 해외 거래소 계좌로 송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국내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해외 이전 규모가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에 국내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도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만큼 암호화폐 해외 이전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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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배 레버리지 선물 투자 찾아
바이낸스 등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는 국내 거래소와 달리 선물 투자가 가능하다. 바이낸스는 암호화폐 종류에 따라 최대 125배까지 레버리지를 걸어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10만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사고 100배의 레버리지를 활용할 경우 가격이 올랐을 때 1000만원을 투자한 것과 같은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이용하는 강모(39)씨도 선물 투자를 하기 위해 업비트에 있던 자산을 해외 거래소로 옮겼다. 강씨는 “적은 돈으로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게 대부분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마음일 것”이라며 “미국 대선 이틀 전 도지코인 450만원을 사면서 10배 레버리지를 걸었고, 9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반대로 짧은 기간 억 단위까지 손실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던 ‘큰손’들이 해외 거래소로 옮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도입되면서 법 감시망을 피해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김가람 변호사(법무법인 굿플랜)는 “암호화폐 투자자 중엔 이름이 알려진 인플루언서를 따라 사고파는 이들이 많은데 이 경우 대규모 거래를 통한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로 ‘KOL’(Key Opinion Leader)이라고 하는 큰손들이 해외 거래소로 여럿 나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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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가격 변동성 유의해야”
트럼프 미 대선 후보의 당선 이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짧은 기간 상승 폭이 컸던 만큼 하락세로 전환 때 변동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이용자 보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금융당국이 일부 관여할 수 있지만,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 대해선 정부의 감독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비트코인 전략 자산 비축을 실행할지 보장된 게 없는 상황이다. 기대가 반영된 가격인 만큼 이후 실망으로 인한 하락도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암호화폐 자체가 변동성이 큰 상품인 만큼 레버리지를 설정하는 투자는 더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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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산시장을 탈출하는 현상은 암호화폐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액은 지난 8일 1024억6216만 달러(약 144조원)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해진 5일부터 미국 주식 보관액이 4거래일 연속 늘면서 1년 전(621억6399만 달러)보다 64.8% 증가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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