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벨기에의 한 항구에 중국 비야디(BYD)의 신형 전기차가 주차돼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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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전기차’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중국 비야디(BYD)가 국내 시장에 승용차 출시를 공식화했다.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잇따른 화재사고 등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BYD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BYD코리아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승용차브랜드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한다고 밝혔다. BYD는 “지난 수개월간 승용차 브랜드의 사업성 검토를 다각도로 진행해 왔다”며 “2025년 초를 목표로 BYD 브랜드의 국내 공식 출범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BYD는 승용차 판매·서비스를 위한 지역별 네트워크 구축, 인력 채용, 차량 인증, 마케팅 계획 수립, 직원 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엔 수입차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조인철 전 BMW 미니코리아 총괄본부장을 BYD코리아 승용사업부문 대표로 영입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글로벌 성공 경험과 함께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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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배터리로 출발→전기차 시장 접수
1995년 배터리 제조사로 설립된 BYD는 모토로라·노키아 등에 휴대폰 배터리와 부품을 공급하며 성장해왔다. 2002년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2003년 중국 국유기업이던 시안진촨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차량 제조업에도 진출한다. BYD의 성장동력이 휴대폰에서 자동차로 옮겨간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재충전용 배터리 시장이 위축되면서다.
현재 BYD의 사업분야는 차량·경전철·재생에너지·전자 등 크게 4개 분야로 나뉜다. 2016년 BYD코리아를 설립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인 상용차시장에서 전기지게차·전기버스·전기트럭 등을 판매해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버스 등록 대수는 2815대인데, 이 중 54%(1522대)가 중국산이다. 업계는 중국산 전기버스 절반 이상이 BYD 제품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BYD의 승용차 시장 진출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왔다. BYD는 지난 7~9월 한국 특허청에 ‘씨라이언’ ‘씰’ ‘아토3 업’ 등의 상표권을 출원(심사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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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 글로벌 판매, 5년 새 639% 성장
신재민 기자 |
2019년 41만대 수준이던 BYD의 글로벌 차량 판매량은 지난해 302만대까지 늘었다. 5년 새 638.7%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토요타와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각각 4.57%, 1.47% 증가했고, 폭스바겐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는 15.66%와 37%씩 감소했다.
BYD는 내재화된 배터리 기술과 탄탄한 밸류 체인 덕분에 ‘값싼 전기차’를 만들 수 있었고, 유럽·동남아·남미 등으로 판매 영토를 확장해왔다. ‘전기차 왕좌’를 두고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는 BYD는 올 3분기 처음으로 테슬라의 매출을 앞질렀다. BYD의 3분기 매출액은 2011억 위안(약 38조9000억원, 283억 달러)이고, 테슬라의 매출은 252억 달러(약 35조원)로 각각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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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대 BYD 전기차…시장변화 불가피
BYD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뒤 어떤 변화가 있을까.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149만8000대인데, 이 중 7.73%(11만5833대)가 전기차다. 승용전기차 신규등록은 5년 전(2019년 3만3418대)보다 246.62% 증가했고, 2019년 수입산 승용전기차는 27.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7.3%로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누적기준 제조사별 점유율은 현대차그룹이 69.3%이고, 테슬라 11.7%, BMW·메르세데스-벤츠 각각 3% 순이다.
신재민 기자 |
신재민 기자 |
내년 국내에서 BYD 승용차 판매가 시작될 경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BYD의 소형전기차 시걸(Seagull)의 중국 내 최저가는 6만9800위안(약 1356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내 최저가 전기차인 기아 ‘레이EV’는 2735만원부터, 현대차 캐스퍼일렉트릭은 2740만원부터 시작한다.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발 국내 완성차업계의 구조조정을 우려한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한국 정부 입장에선 유럽·미국처럼 추가관세를 부과하거나, 비관세 장벽을 세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BYD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BYD가 진출 초기에 성과를 거두면 다른 중국 전기차업체들도 우후죽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한국도 독일 완성차업계처럼 중국발 구조조정 물결에 휩쓸릴 수 있다”며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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