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직 시대, 채용~퇴사 서비스 파고든 기술 플랫폼
■ 경제+
스타트업계 찬바람이 분 지도 2년째. ‘2024년 상반기 한국 스타트업 투자 브리핑’(더브이씨)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10조2000억원이었던 투자액은 올 상반기 2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불황의 그늘에 스타트업 퇴사자도 급증했다. 기업이 사람을 줄이는 긴축기엔 직원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호황기엔 공고 올려두고 지원자 이력서를 기다렸던 기업도 이제 인재를 먼저 찾아 나서고 있다. 기술 플랫폼은 바로 여기, 이 지점에 주목했다. 구직자에겐 적절한 일자리를, 기업엔 경력직 채용부터 오프보딩(퇴사 절차)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경력 채용 필수 코스, 평판 조회는 믿을 만한 건가. 대(大) 이직의 시대, 기술이 바꾸는 기업과 노동자의 만남과 헤어짐을 분석했다.
평생 일할 사람을 찾는 대규모 신입 공개 채용 시대가 가고 있다. 신입 직원 자리는 ‘n번째 직장’을 찾는 경력직이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연구원은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2019년 39.9%였던 공채 비율은 2023년 35.8%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입 채용 비율도 47%에서 40.3%로 급감했다. 적은 인원이 각자 ‘일당백’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직원 50여 명 규모 스타트업을 이끄는 한 대표는 “신입을 뽑아 일을 가르칠 여력이 되거나 많은 지원서를 받아 심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인사 담당 업무를 했던 A씨도 “소위 빌런(악당)이 입사해도 쉽게 해고할 수 없는 만큼 채용할 때부터 레퍼런스 체크를 신중하게 한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 사람이 모인 카페·오픈카톡방 등 커뮤니티에서 직원을 뽑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커뮤니티에선 자연스럽게 ‘저희 사람 뽑아요’ 공고가 공유되고 구인·구직 정보 교류도 활발하다. 그런데, 이 커뮤니티를 직접 만들고 관리하면 새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채용 품은 커뮤니티’가 쑥쑥 성장하는 이유다.
김영희 디자이너 |
요즘 플랫폼은 직접 커뮤니티를 만든다. 미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놓고 채용이 필요한 기업이 있다면 그 안에서 연계해 주는 식이다. 지난 4월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한 의료 커뮤니티 운영사 인티그레이션은 ‘메디스트림’(한의사), ‘모어덴’(치과의사), ‘치즈톡’(치위생사) 등 플랫폼을 운영한다. 플랫폼 내에서 관련 채용 공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의·정 갈등 국면에서 주목받았던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도 인증된 의사만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병원 관련 채용 공고를 소개한다. 취업 포털에서 시작한 잡코리아의 버티컬 플랫폼 ‘게임잡’은 업계를 겨냥했다. 게임업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개발자, 기획자 일자리 공고를 노출한다.
커뮤니티에서 정규직을 뽑는 트렌드는 일반 알바(아르바이트) 시장으로까지 확산했다. 당근은 이 트렌드를 빠르게 포착해 사업화한 케이스. 동네 기반 중고거래로 2000만 월간활성사용자(MAU)를 모은 당근은 당근알바라는 채용 게시판을 운영한다. 처음부터 특정 층을 겨냥하던 플랫폼과는 다르다. 일단 지역 기반으로 모인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만들었고, 당근은 여기 올라온 동네 사장의 아르바이트 구인 글에 주목했다.
신입 공채는 공정성 때문에라도 정량 지표를 중시한다. 그런데 산전수전 다 겪은 경력직을 뽑을 땐 그보다 정성 지표가 더 힘을 받는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열심히 일할지’ ‘우리 회사와 잘 맞을지’ 같은 요소를 검증하는 게 평가의 관건. 수시·경력직 채용이 대세가 된 요즘 양성화한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로 그런 수요를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뜨고 있다.
김영옥 기자 |
2020년 설립된 스펙터는 그간 알음알음 방식으로 이뤄졌던 평판 조회를 양지로 끌어올렸다. 기업이 지원자 평판 조회를 요청하면, 스펙터가 해당 지원자 동의하에 전·현 직장의 인사권자 또는 동료에게 정식으로 평판을 받아온다. 평판 작성은 스펙터가 마련한 객관식·주관식 문항(평균 15분 소요)을 바탕으로 웹·모바일을 통해 이뤄진다. 객관식 문항은 ‘평소에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원칙이 중요한, 융통성이 중요한’처럼 세부 항목별로 지원자에 가까운 문구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주관식은 업무적 강점·개선점 등을 지원자에게 조언해 주는 식으로 서술하게 했다. 스펙터는 평판 분석 결과물을 지원자에게 제공하며, 수집된 평판은 지원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기업에 공유된다. 평판 작성자는 지원자가 선정하고, 원하는 개수만큼 받을 수 있다. 지원자에겐 비공개되는 ‘비밀 코멘트’도 할 수 있게 해 객관성을 높였다.
과거 평판이 지원자 모르게 수집된 ‘찝찝한’ 데이터였다면, 스펙터 평판 조회는 지원자 스펙처럼 활용할 수 있다. 근무 이력이 다양한 지원자의 경우 회사마다 평판을 하나씩 모아 자기 이력을 증명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스펙터의 평판 데이터베이스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225% 증가했다. 국내에선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4000개 이상 기업이 고객사다. 혹시나 모를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 스펙터 측은 “평판은 암호화해 내부에서도 열람할 수 없고, 서비스 탈퇴 시 모든 개인정보와 평판이 즉시 삭제된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스펙터 출시(2021년 1월) 이후 대형 채용 플랫폼을 비롯해 국내 다양한 업체가 온라인 기반 평판 조회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인크루트는 2021년 말 모바일 기반 레퍼런스 체크 기능을 출시했고 인크루트웍스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사람인은 2022년 온라인 기반 평판 조회 서비스를 내놓은 뒤, 현재 ‘사람인 인뎁스 레퍼런스 체크’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신용평가회사인 SCI평가정보가 ‘당평’이라는 평판 조회 서비스를 내놨다.
이직이 잦아지면서 기업과 근로자가 얼마나 잘 헤어지는가, 즉 퇴사 관리도 중요해졌다. 퇴사 과정에서 앙심을 품게 된 근로자는 내부 사정에 훤한 악성 민원인이 돼 기업의 평판을 깎아내릴 수 있다. 국내에서 매년 95만 명 넘는 이직자가 쏟아지고,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이직 비율이 60%에 육박(통계청)할 정도로 많아진 만큼 온보딩(on-boarding·입사 과정 관리)을 넘어 오프보딩(off-boarding·퇴사 과정 관리)을 관리해 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HR 스타트업 캔디데이트는 지난달 21일 국내 최초로 오프보딩 서비스를 출시했다. 퇴사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절차를 잘 관리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 특징. 퇴사자에게 ‘퇴사 체크리스트’가 담긴 링크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체크리스트 절차 진행 진도율을 제공한다. 기업 사정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엔 기본적으로 인사말, 사직서 제출, 퇴직연금 신청, 잔여 연차 확인, 개인 메일 입력, 회사 비상연락망 안내 등이 담긴다. 이 회사 임준택 대표는 “떠나는 사람을 잘 보내주고, 남아 있는 이들이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지켜주는 것이 좋은 퇴사의 핵심”이라며 “채용과 퇴사 업무가 체계화돼 있지 않은 대한민국 99% 중소기업의 고충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혁신의 최전선에서 비즈니스의 미래를 봅니다. 첨단 산업의 '미래검증 보고서' 더중플에서 더 빨리 확인하세요.
3조 퍼붓고 5년 잃어버렸다…“카카오, 동아리 같은 회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114
어르신 2시간 웨이팅 했는데…“새치기 아냐?” 그 젊은이 비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8657
택시앱 깔기 어렵다는 부모님…02-114 눌러도 카카오T 온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815
톰 크루즈, 헬기 그만 매달려…항공샷 찍어줄 1만원 끝판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5811
김민정·정용환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