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일대에서 민주노총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등이 주최한 '전국노동자대회·1차퇴진 총궐기' 현장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같은 날 저녁, 숭례문 일대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조인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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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이 11일 국회에서 경찰 특수활동비(특활비)·특정업무경비(특경비)와 경비국 예산의 삭감을 예고했다. 이들은 민주노총과 야당이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했던 9일 경찰의 ‘강경 진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조지호 경찰청장이 사과하지 않으면 예산을 깎겠다고 했다. 그날 민노총 주최 시위에서는 도로를 불법 점유하려던 시위대를 막느라 경찰 105명이 부상당했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많은 경찰이 다쳤다. 그런데도 야당은 오히려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며 예산 삭감을 위협한다.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는 집회 현장의 경찰을 보며 ‘1980년대 백골단’이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던 현장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발생한 것은 민노총 집회 참가자들이 먼저 사전 신고·허가된 공간을 넘어 양방향 도로 9차로를 전부 점거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고 경찰을 힘으로 밀어붙여 전 차로를 불법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경찰이 골절이나 인대 파열 등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경찰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노동자들과 충돌”하며 “(시위대의) 폭력을 유발”했다고 한다.
경찰이 민노총 집회에 세종대로 5차로만 허가한 것은 주말의 극심한 교통 혼잡을 우려해서였다. 집회·시위를 통해 의사를 표현할 자유가 보장되는 만큼, 다른 시민들의 일상도 보장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이를 위한 경찰의 기본적 통제와 질서 유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선고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은 정부는 물론이고 사법부에 대한 직, 간접적인 영향력 행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위력 과시를 통해 판사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를 수사·기소한 검찰의 특활비 80억원과 특경비 506억원을 모두 삭감했고, 법무부 예산도 487억원 삭감했다. 반면 법원 예산을 올려줬다. 무슨 의미인지 누구나 알 것이다. 정치 시위에 민노총 만큼 도움이 되는 조직이 없다. 그러니 민주당이 경찰이 불법 폭력을 막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예산을 깎겠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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