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논리 野, 기업 발목 잡아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사진=AF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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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 3국의 경제부활을 분석한 보고서는 우리에게 여러 교훈을 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12일 내놓은 이들 국가의 '최근 경제회복과 시사점' 보고서는 친시장 정책이 국가 경제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주목한다. 이 국가들은 무분별한 재정남발로 2010년대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때 유럽은 이들 나라와 이탈리아까지 묶어 'PIGS'라고 불렀을 정도다. 알파벳 첫 글자를 보아 게으르고 식량을 축내는 돼지(PIG)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그랬던 3국이 과감히 경제 기조를 바꿔 성장률이 유럽연합(EU) 평균을 크게 앞지르는 수준으로 올라 주목받고 있다.
재정중독에 빠져 국가부도 위기 직전까지 갔던 그리스는 환골탈태 수준이다. 성장률이 2021년 8%대까지 올랐고, 2022년 5.6%에 이어 지난해 2.0%를 기록했다. 스페인, 포르투갈도 비슷하다. 이 기간 EU 평균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만 해도 EU 전체 평균 성장률은 0.5%에 불과했다. 유럽의 경제 심장이라는 독일은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0.3%)의 굴욕까지 맛보았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한 것은 부단한 노력으로 경제체질을 바꾼 덕분이다. 2019년 집권한 그리스 미초타키스 정부는 출범 당시 29%였던 법인세를 22%까지 내렸고, 투자·노동 규제도 대폭 정비해 기업 환경을 끌어올렸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쉽지 않은 노동개혁에 성공한 케이스다. 해고요건 완화, 실업수당 축소 등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러니 투자도 불이 붙었다.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로 창출된 일자리 수는 유럽 내 2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포르투갈은 2011년 이후 단행된 전방위 구조개혁의 성과를 톡톡히 봤다. 특히나 대대적인 스타트업 국가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7개나 배출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골든 비자제도나 외국 고급인력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 등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렇듯 과감한 친시장 구조개혁이 국가 경제 부활을 이끌어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곱씹을 대목이다.
우리의 경우 시장 중심 정책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실행은 더디다. 세제개편 작업도 마찬가지다. 불합리한 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지만 국회의 높은 벽에 막혀 결과가 불투명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최고세율(50%) 완화와 최대주주 할증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에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높은 상속세 부담은 경제 역동성을 떨어뜨리고 증시 디스카운트를 부채질하는 것은 물론이다. 야당의 헛발질이 가뜩이나 못 오르고 있는 증시를 더 짓누르는 꼴이다. 법인세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낮춰주고, 주주들의 줄소송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상법 개정에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은 시장을 살리는 법과 제도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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