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재단(이사장 정덕구) 주최로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 대선 특별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은 세종대 교수,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좌장), 서정건 경희대 교수,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 이충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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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욱 거세질 무역·통상 압박에 대비해 '전략적 주고받기'와 '효율적 설득'을 위한 대미 전략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건 사업 참여를 늘려 한국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12일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NEAR재단(이사장 정덕구)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특별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박 전 본부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통상교섭본부장과 경제통상대사로 활동했다.
박 전 본부장은 발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큰 규모로 확대된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에서 445억달러(약 62조3600억원) 흑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역대 최고치인 287억달러(약 40조2200억원)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박 전 본부장은 "한 국가의 무역수지는 소비, 투자 등 거시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만 상대국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출을 줄이는 것보다 미국에서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늘려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는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 측에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대미투자 확대로 인해 자본재·부품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임을 잘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흑자로, 미국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 크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본부장은 "정부는 미국 중소기업 상품과 농산물의 한국 수출이 한미 FTA를 통해 늘고 있음을 고려해 이 협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정부가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국 배터리·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이 미국에 큰 이익이 될 것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견해를 펼쳤다. 박 전 본부장은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반도체법 폐기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한국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가 미국의 역내 반도체 생산 강화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이번 세미나 발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의회외교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안보·경제통상 이슈에서 이해관계를 완전히 같이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동맹을 중시하는 성향은 트럼프 당선인을 제외하면 미국 정치의 근본적 입장"이라며 "이는 트럼프 2기 시대에 대미 의회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이 모두 의회 주도로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미국 정치와 한국 경제를 연결해 고려할 때 미국 의회가 핵심"이라며 "대통령 중심의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서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2026년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미·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미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년짜리'가 될 수도 있는 트럼프 당선인과 담판을 통해 '나쁜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대비해 세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을 맡은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 교수는 한국도 급변하는 전쟁 상황에 대비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고 한·러 관계를 관리하는 등 국익을 담보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다음 4년의 트럼프 2기 시대에는 좋든 싫든 사물을 '거래적 관점'에서 파악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며 능동적 대비를 주문했다. 정 이사장은 " 현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질서 전환을 잘 관리하고 유사 입장국 간 공동의 이익을 확장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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