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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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될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두고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물가와 경기를 생각하면 서둘러 내려야 하는데 환율과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잠재성장률(2%)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내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로 제시했다. 당초 전망(2.1%)보다 0.1%포인트(p) 낮췄다.
전날 금융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을 2%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8일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당초 전망치(2.1%)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내려간 건 수출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에 따라 수출이 안 좋아질 수 있다"며 "관세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면 2%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DI는 한은의 금리인하 실기론을 재차 언급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2.2%로 0.3%p 내린 것은 전적으로 내수 회복이 더뎠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금리인하가 늦어지면서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에 있어 환율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지만 지금은 물가가 내려가는 추세고 이달 말 금통위까지 외환시장이 불안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한은 총재의 '금리인하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말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통화정책은 물가에 더 집중하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다루면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와 성장만 고려하면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 있다.
금리인하의 필요조건인 물가는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이어갔다. 반면 경기는 하방 위험이 커졌다.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0.1%에 그쳤고 불확실성은 확대됐다.
여기에 견고했던 수출 경기가 위협받는 것도 한은의 골칫거리다. 수출 불확실성에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은 2% 안팎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 있어서는 올해보다 내년 성장률이 중요한 지표다.
문제는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변동성 등을 고려했을 땐 금리인하를 서두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최근 수도권 주택 거래량이 줄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긴 했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 주택가격 상승세나 가계부채 증가세를 재점화할 가능성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일주일 가까이 1400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달러 강세가 일시적일지 추세적으로 돌아선 것인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고환율이 계속되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환율 1400원선을 방어하는 흔적이 보일 만큼 외환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며 "금리를 내리면 환율 변동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나 경기 등 거시경제만 봐서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하겠지만 환율이나 뚜렷하게 하락했다고 보기 어려운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한은이 조심스럽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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