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4 (목)

강남 아파트와 미국 주식, 어떤 자산이 더 유망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5> 서울 아파트와 글로벌 자산 투자
20년간 강남 아파트 VS 미국 주식
압구정 아파트 최근 20년간 6.1배↑
미국 S&P500 지수 같은 기간 5.1배↑
환율·배당 감안하면 미 주식 수익률 더 뛰어
미 주식 PBR 5.11배, ROE는 역사상 최고치
안정적 성과 올릴 것처럼 보일 때 제일 위험
지금 미 주식 올인하기보다 적절한 조합 필요

편집자주

국내 대표 이코노미스트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세계 경제의 흐름과 현안을 진단하는 ‘홍춘욱의 경제 지평선’을 2주에 1회 연재합니다.
한국일보

8일 서울 강남구·서초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접했다. “지난 20년 동안 압구정 등 강남 아파트 가격보다 미국 주식시장이 더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으니 지금이라도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매우 흥미로운 주장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보다 훨씬 더 좋은 투자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1. 압구정 아파트와 미국 주식, 어디가 더 많이 올랐나?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인 2004년 말, 압구정에 위치한 84㎡ 아파트의 매매 가격이 6억2,000만 원 전후였다. 지금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이것도 엄청나게 오른 것이었다. 1978년 거래가격이 3,000만 원이었으니, 26년 만에 20배 이상 상승한 꼴이다. 최근 실거래 가격은 30억 원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어, 최근 20년 동안 6.1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일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2004년 11월 초 1,173.82포인트에서 2024년 11월 초에는 5,995.54포인트까지 상승했으니, 약 5.1배 상승해 압구정 아파트의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계산을 마치면 안 된다. 해외 자산에 투자했으니, 환율 변동을 감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19원에서 1,380원으로 상승했으니, S&P500지수의 원화 환산 성과는 6.3배로 뛰어오른다.

나아가 주식은 배당을 준다는 것도 계산해야 한다. 지난 20년 동안 S&P500 소속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1.99%였을 것을 감안하면, 2004년 11월에 투자된 100만 원은 지금쯤 960만 원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물론 2010년대 이전에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려면 펀드밖에 없었기에, 판매 및 환전 수수료를 연 1~2% 이상 지급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은 배당금의 15%를 세금으로 가져가기에, 20년간 9.6배의 성과를 내기는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에 맞먹는 수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미국 주식 투자의 매력은 꽤 높다고 볼 수 있다.

2. 지금이라도 미국 주식을 매수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모든 여유자금을 미국 주식에 올인해야 할까? 이 의문을 품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필자는 잠깐 더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미국 주식 '올인 투자'를 말리는 첫 번째 이유는 미국 주식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달러 기준으로 연 6.8%의 성과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153년 동안의 평균 수익률 5.88%를 크게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연 환산 복리 수익률 기준). 그 결과, 미국 주식이 매우 비싼 레벨까지 상승했다.

올 10월 말 미국 주식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11배까지 상승해, 역사적인 평균(3.22배)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참고로 PBR이란, 주당순자산 가치 대비 주가의 배율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당순자산 가치가 주당 1만 원인데 주가가 현재 2만 원에 거래된다면 PBR은 2배라고 볼 수 있다. 즉 미국의 PBR이 5배라는 이야기는 주당순자산 가치의 5배 레벨에서 주가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순자산가치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A 기업은 주당 1만 원의 순자산을 가지고 500원을 벌어들이기도 힘든 반면, B 기업이 2,500원을 벌어들인다면 당연히 주가는 5배 이상 수준에서 형성돼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이 비유에서 금방 눈치챘겠지만, A기업이 한국이고 B기업이 미국이다.

S&P500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무려 20%에 육박하는 반면, 한국이나 중국 기업의 ROE는 5~8% 전후에 그친다. 여기서 자기자본이익률이란, 주당순자산 가치 대비 순이익의 비율을 뜻한다. 즉 보유한 자산을 얼마나 잘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ROE가 높을수록 주가는 높아진다. 따라서 최근 미국 주식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미국 기업의 ROE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즉 기업들의 수익성이 유지될 때에는 PBR 5배 아니라 6배도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수익성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는 순간 투자자들이 “수익성이 나빠지는데 이 주가가 말이 되나”라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필자를 비롯한 업계의 베테랑 투자자들은 PBR이 역사적인 평균에 비해 크게 높게 형성된 주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FT)처럼, 수십 년에 걸쳐 탁월한 ROE를 유지하는 기업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행운 혹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높은 수익을 올리다가, 불황을 맞아 수요가 위축될 때에는 수익성이 급전직하(急轉直下)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개별 기업은 몰라도, 시장 전체가 역사적인 평균보다 훨씬 높은 PBR 레벨에 도달할 때는 올인 투자를 말리고 싶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 미국 주식 올인 투자의 두 번째 문제점은?


미국 주식 올인 투자를 말리는 두 번째 이유는 “약세장이 닥쳤을 때, 견딜 수 있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약세장에 발생하는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맥시멈 드로우다운(MDD)'이라는 지표를 자주 사용하는데, 간단하게 말해 직전 최고치 대비 얼마나 빠지는지 측정한 것이다.

아래 [그림]은 한국에 상장된 S&P500 추종 상장지수펀드의 MDD 변화를 보여준다. 2002년 말 이라크 전쟁 전야에 직전 고점 대비 45% 하락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마이너스(–)27%,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땐 –26%에 이르렀다. 참고로 이 숫자는 모두 환율 변동을 반영한 것으로, 미국 달러 기준 수익은 이보다 훨씬 처참했다. 다행히 빚지지 않았다면 모를까, 마이너스 통장 혹은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투자했던 이들은 다시 일어서지 못할 타격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식시장은 안정적인 성과를 올릴 것처럼 보일 때가 제일 위험하다. 왜냐하면 투자 경험이 없는 이들이 몰려들어 역사적인 평균보다 훨씬 높은 레벨까지 주가를 올려놓기 때문이다. 즉 시장의 주인이 프로 투자자에서 아마추어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급박한 위기를 겪어 본 적이 없기에, 멘털이 매우 약한 데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2년 미국 사상 최대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불리는 엔론 회계조작 사건 등을 만나는 순간 용기를 잃고 가격 불문 매도에 나서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최근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애플 등 핵심 보유종목 매도에 나선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 어떤 대안이 있나?


미국 주식 올인 투자의 위험성을 설명한 만큼, 이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야기 시작을 압구정 아파트 투자의 수익에서 시작했으니, 자산가들에게 적합한 투자전략이라는 점은 양해 부탁드린다. 다음 시간에 미국 주식에 올인하는 것보다 더 나은 적립 투자 전략도 소개할 것을 약속한다.

평균적인 한국 가계 자산의 약 75%가 부동산이라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 직장인 C가 자산의 75%를 서울 아파트에, 25%를 현금성 자산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C는 2006년 이후 연평균 5.44%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빚을 져 투자했다면 이 수익률은 더 높아지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대출 규제가 끝없이 강화됐던 만큼 전액 현금으로 투자했다고 가정한 성과임을 밝혀둔다.

그런데 C가 여유자금 25%를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연 8%를 넘길 뿐만 아니라, 2022년 같은 주택가격 폭락 국면이 출현할 때의 최대 손실도 15% 내외에 불과하다. 만일 이 정도의 위험조차 피하고 싶다면, 15%를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10%를 금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면 연 수익률은 7.7% 전후로 줄어들지만, 최대 손실을 마이너스 10% 전후로 억제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와 글로벌 자산 가격의 변화 방향이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11~2013년의 하우스푸어 사태, 그리고 2022년의 갭투자 장세 붕괴 시기마다 환율이 급등했던 것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다. 글로벌 주식투자의 매력은 올인에 있는 게 아니라 적절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한국일보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