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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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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FC’ 재판장 “직무대리 검사 나가라”...검찰 “적법한 제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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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수원지법 성남지원 전경.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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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부가 11일 공판에 참여한 검사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재판장인 허용구 부장판사는 이날 관할 검찰청인 수원지검 성남지청 소속이 아닌 검사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이 사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정모 검사에게 “즉각 퇴정하라”고 했다. 직무대리를 이유로 법정에서 검사가 퇴정 명령을 받은 것은 전례가 없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에 수십 년간 정착된 제도”라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법원에 재판부 기피 신청도 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입장문에서 “직무대리 검사의 공판 참여는 검사인사규정 15조, 검찰근무규칙 제4조에 근거한 것으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검찰 근무 규칙 4조에는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검찰총장의 직무 대리 발령을 받아 공소 유지, 공판 수행 등 업무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1~2년 단위로 인사가 잦은 검찰 조직의 특성상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대신 재판에 들어와 공소유지를 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네이버, 두산건설 등 기업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축구단인 성남FC에 불법 후원금을 건네게 했다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혐의(제3자 뇌물)에 대한 재판이, 성남지원에서는 후원금을 낸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각각 진행되고 있다.

정 검사는 성남지청에 근무하면서 성남FC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로, 현재 부산지검 소속인데 작년 9월부터 서울중앙지검에 직무대리 검사로 근무하고 있다. 작년 3월 검찰이 성남FC 사건을 기소한 이후, 성남지원에서 재판이 열리는 날에는 성남지청 검사 직무대리로 발령받아 20여 차례 재판에 참여해왔다.

허 부장판사는 이날 “정 검사는 부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성남지청까지 ‘이중 직무대리’를 하고 있다”며 “이는 검사의 직무 관할을 규정한 검찰청법 5조를 위반해 위법하다”고 했다. 허 부장판사는 올해 2월부터 이 사건 1심 재판을 맡으면서 검찰과 날을 세워오다가, 이날 미리 준비한 13쪽짜리 원고를 읽으면서 퇴정을 명령했다고 한다.

이에 성남지청은 입장문에서 “어디에 소속된 어떤 검사가 재판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1일 직무대리, 중복 직무대리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반박했다. 검사 직무대리 발령은 검찰총장 고유 권한이고, 검사라면 누가 공판을 수행하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법조계에서도 “판사가 근거 없이 검찰 내부의 인사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 “직무대리는 장·단기, 필요에 따라 발령하는 것인데 재판장은 마치 검찰이 인사 규정을 위반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요 사건서 직무대리 정착...‘대장동 재판부’도 인정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예로 들면서 직무 대리 제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수사검사의 직무대리발령을 통한 공판업무 수행은 검찰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소위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복잡해 수사검사가 직접 공소유지 해야 할 중요 사건에서 수십 년간 정착됐다”고 했다.

법원은 그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등 주요 재판에서 직무대리 검사의 공판 참여를 여러 차례 인정했다. 지난 8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가 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재판에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측 변호인이 “타 청 검사의 공판 관여는 위법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문주형)도 지난 9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서 검사의 직무대리 발령 서류에 대해 “앞으로 내지 않아도 된다”고 양해했다.

검찰은 “퇴정명령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는 한편 형사소송법에 따라 기피신청을 했다”면서 “앞으로 재판 절차에서 재판부 결정의 부당함을 상세히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평검사는 1~2년 주기로 인사가 나는데, 허 부장판사 말 대로라면 2년마다 모든 사건의 공판 검사가 교체된다”면서 “사건을 처음 보는 검사가 재판 중간에 투입되면 과연 유죄를 받아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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