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관련 이미지. /조선일보 DB |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소아 자폐 진단율은 1만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50명당 한 명꼴로 자폐 진단을 받고 있다. 자폐 진단률이 30년 전 0.01%에서 2%로 200배 증가한 것이다. 실제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일까. 의사들은 그렇지 않고 최근 들어 자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그만큼 진단 환자 수가 늘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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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갑상선암 발생률은 세계 평균의 10 배, 일본의 15 배에 달한다. 세계 의학계에서도 기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0년 전 갑상선암 발생률이 과잉 진단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3위까지 내려갔다가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다시 암 질환 중 3년째 발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별한 발암물질이나 공해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과도한 갑상선 초음파 검진과 무분별한 암 진단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 있다.
▶체질량지수(BMI)는 몸무게(㎏)를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기준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하지만 실제로는 BMI 25 부근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비만 기준을 BMI 27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30 이상이고, 중국도 이미 BMI 28 이상을 기준으로 쓰고 있다. 현재 한국인 남자 48%가 비만인데, 기준을 27로 올리면 22%로 줄면서 절반 이상이 뚱보 멍에를 벗을 수 있다.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의 30.1%, 약 1300만명이 고혈압 환자다. 당뇨병 환자는 600만명이 넘고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 단계 인구까지 합치면 200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현재 고혈압 기준인 140/90㎜Hg 이상을 130/80㎜Hg 이상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의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1900만명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될 수 있다.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을 진단받는 것이다.
▶질병 기준이 변하면 멀쩡한 사람도 환자가 될 수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제약 회사 매출과 해당 분야 의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시대 변화와 연구 성과에 따라 변할 수 있겠지만 질병 기준을 낮춰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질병 양산 시대다. 건강 목표가 높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이것이 개인 차원이 아닌 의료의 기준이 되면 부작용도 초래할 수 있다. 최선에 집착하다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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