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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박래군의 인권과 삶]윤 정권 퇴진 뒤,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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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9일 세종로 일대에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민주노총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한 총궐기대회에서는 윤석열 탄핵을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집회를 연 한국노총도 윤석열 정권 심판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대학교수들도 연이어 정권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퇴진운동본부는 온라인에서 국민투표(https://outvote.kr/)를 진행 중인데, 11일 현재까지 23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임기의 절반을 넘어선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이미 10%대로 떨어졌다. TK 지역에서도 민심 이반 현상이 확연해지는 상황이다. 지난 7일에 열린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울 마지막 기회였지만, 형식적인 사과와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 끌어올리는 결과를 자초했다. 누구도 그가 남은 2년6개월의 임기를 다 채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 7년여 전처럼 다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을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다. 워낙 대통령과 정권이 막무가내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 2년6개월 동안 곳곳이 무너졌다. 부정부패의 한가운데에 있는 대통령의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권력을 사유화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소수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정책을 밀어붙이고, 개혁이라고 치장한 정책들은 하나같이 불합리하기만 하다. 철 지난 이념전쟁으로 전쟁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이러니 이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끌어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수 있겠다 싶다.

탄핵은 우리 삶을 바꾸는 것이어야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 뒤가 걱정된다.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린다 치자. 그다음은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정권을 잡을 것인가? 그 정권은 망가진 국가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지금의 다중적 위기를 극복할 대안세력일까?

지난 4일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주식시장이 너무 어려워 동의했다고 하는데, 전체 주식 투자자의 1%에게 혜택을 주는 결정을 한 것이다. 고통받는 서민들이 주식 투자로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리는 없으니 결국 소수의 주식 부자를 위해 조세정의 원칙을 부정하는 결정을 했다. 주식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왜곡된 지배구조 문제 때문임을 모두가 인정하는데, 이게 마치 금투세 때문에 주식 투자가 안 되고, 주식시장이 저평가되는 것처럼 왜곡한다. 이러면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한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는 트럼프의 낙승이었다. 후보를 교체하면서까지 트럼프와 맞섰던 민주당은 패배했다. 가자지구와 중동에서 학살을 비롯한 인권유린을 저지르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만이 아니라 국내적으로 기득권 정당이라는 점이 분명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은 결과라고 한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그렇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 당시 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공동대표를 맡아서 매주 촛불집회와 행진을 진행했다. 한겨울임에도 쉬지 않고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 싸웠다. 그 결과 탄핵에 성공했고, 국민행동은 해산했다. 그런 다음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 완수를 자신의 과제로 삼았다. 그렇지만 적폐청산도 사회대개혁도 흐지부지되고, 급기야는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탄핵 촛불 진행 당시 사람들은 물었다. “대통령 탄핵 뒤에 우리의 삶이 달라질 것인가?” 결과적으로 나는 그들에게 근거 없는 희망을 주고 말았다.

윤석열 퇴진 뒤의 대안 확신 못해

나는 누구보다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희망한다. 그런데 그 뒤에 대해서, 대안에 대해서 아직 자신할 수 없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탄핵이어야 한다. 우리의 사람을 바꾸기 위한 대안을 만들지 못하면 7년 전의 불행을 반복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삶이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 그런 일을 갖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걱정이 많다.

경향신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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