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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거대하면서 개인적인 역설의 한 단어 '아사달' [인터뷰 : 밴드 아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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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결성한 지 3개월 만에 '큰 상'을 받았다. 522개팀 중 금상을 수상했다. 지난 6월 열린 '펜타 슈퍼루키'에서였다. 이름도 독특한 밴드 아사달. 이들은 빈티지한 복고 팝과 얼터너티브 록을 동시에 지향한다. 팝의 계보를 따라가면서도 '다른 색'을 입힌다. 밴드명 아사달에 숨어 있는 뜻처럼 거대한 것과 개인적인 것을 동시에 품길 바란다. 밴드 아사달을 만났다. 심오한 음악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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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무게의 혼재. 진과 토닉이 뒤섞이듯 밴드 아사달의 음악도 그렇다. 첫 곡인 'Gin & Tonic'을 낸 아사달은 지난 10월 첫번째 싱글앨범 '벌새(Hummingbird)'를 내놨다. 4월 결성한 밴드 아사달의 목표는 올해 안에 콘서트를 하는 것. 장기적으로는 '작은 소리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슬쩍 밀어 넣어주는 거다.

듣고 싶은 음악은 볼륨을 알아서 키우기 마련이다. 약간의 장약(화포의 약실에 화약을 잼)만 필요하단 이야기다. 4명의 멤버 중 리더인 김현산(보컬), 김영윤(기타), 김규식(베이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아사달의 속도가 빠르네요. 4월 결성한 후에 지난여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었죠?

김영윤(이하 영윤ㆍ기타): "네, 6월 펜타 슈퍼루키에서 금상을 받고 8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갔습니다."

2013년 시작한 펜타 슈퍼루키의 경쟁률은 올해가 가장 치열했다. 역대 가장 많은 522팀이 신청했고 그중 수상의 영광을 안은 건 6팀이었다. 밴드 아사달은 에너지를 바로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Gin & Tonic'을 선보였는데, 금상을 차지했다.

✚ 결성한 지 3개월 만에 수상한 셈이군요. 오랫동안 합을 맞춘 멤버들이 있던 건가요.

영윤: "드럼을 치는 김주혁 군을 빼면 베이스 규식, 기타(영윤), 보컬인 현산 모두 2000년생이에요. 주혁 군만 3살 어리죠. 원래 저와 보컬인 현산은 어릴 적에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요. 전학을 가서 15년을 모르고 살았는데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에 SNS로 근황을 알게 됐어요."

✚ 둘 다 음악을 하고 있었군요.

영윤: "꿈꾸던 프런트맨이 15년 전 헤어졌던 친구였던 거죠. 현산이는 홍대 밴드에서 구축하고 있던 인프라가 있었고, 거기에 베이스 규식 군이 있었어요. 저는 음대를 다니면서 드럼 잘 치는 후배인 주혁 군을 합류시켰고요. 밴드와 음대 경험이 시너지를 낼 거라고 생각했죠."

✚ 밴드 이름인 아사달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김현산(이하 현산ㆍ보컬): "아사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단군이 세운 고조선의 수도 이름이기도 하고요. 현진건 작가의 소설 「무영탑」에서 불국사의 석가탑을 만든 남자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인 이름이에요."

✚ 왜 그런가요.

현산: "고조선 수도 아사달의 뜻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중 하나는 아침을 뜻하는 아사와 땅이라는 의미의 달이 합쳐진 것이죠. 아침을 담은 땅, 한 나라의 수도. 거대한 느낌 아닌가요? 사람의 이름으로 돌리면 달라져요. 아사달은 사랑하는 여자를 간절히 다시 보길 원하는 남자예요. 아주 애달프고 순수한 사랑, 아주 개인적인 소망이죠. 거대한 것과 개인적인 것.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 단어에 담겨 있어요. 그게 아사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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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채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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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달이 추구하는 음악도 그런가요.

영윤: "빈티지한 복고 팝과 얼터너티브 록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토드 룬드그렌, 윙스, 엘비스 코스텔로, 라즈베리스 같은 멜로디 중심의 팝 밴드처럼 청량한 토닉워터 이미지에 펄잼이나 더 클래시 같은 진하고 무거운 느낌의 진(Gin) 같은 록 밴드의 이미지도 같이 있는 거죠."

✚ 펜타 슈퍼루키 무대에서 들려준 Gin & Tonic이 그런 이미지를 담아낸 곡이겠군요.

현산: "맞아요. 첫번째 싱글인 벌새도 그 지향점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 첫번째 싱글인 벌새는 어떤 곡인가요.

영윤: "벌새는 가장 작은 새죠. 작은 날개와 몸짓으로 끊임없이 나아가야만 하는 모든 이를 위한 곡입니다. 가사를 말씀드리자면 쓸쓸하고 처량하지만 저 멀리 한줄기 빛을 찾아내리라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마냥 예쁜 구성을 짜지 않았고 실험적인 장치를 넣었어요."

✚ 예를 들면요.

영윤: "옛날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아실 텐데 어렸을 때, 테이프를 백마스킹하면 나오는 리버스 테이프 소리를 넣었어요. 구간마다 조성도 바꾸고요. 비틀스가 활동하던 시절에 많이 했었던 편곡 구성을 2024년에 맞게 재구성하느라 노력을 많이 했어요."

✚ 곡 구성을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영윤: "사실 '벌새'는 이용복 선생님의 '마음은 집시'라는 번안곡을 좋아해서 탄생한 곡이에요. 혼자 기타치고 불러보고 놀다가 문득 곡의 악상이 떠올라서 바로 쓴 곡이거든요."

✚ 영감을 받은 곡이 있었군요. 벌새도 비슷하게 외로운 느낌일까요.

영윤: "그렇진 않아요. 보컬인 현산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부분을 살렸어요. 그랬더니 데모 버전에 있었던 우중충한 골목길 느낌에서 더 따스하고 아기자기한 곡으로 바뀌더라고요. 초콜릿으로 치자면 카카오 함유량이 낮아진 거죠. 하하."

벌새의 시작과 후렴은 허밍과 새 소리로 이뤄져 있다. 노래는 언제나 밴드를 닮는다. 조금 외롭지만 부지런히 자신의 노래를 위해 달린다. 그리고 잠시 끈적이고 비틀거리던 노래는 빛을 향해 날아간다. 아사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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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달은 팝의 계보를 따라가며 자신만의 색을 덧입힌다.[사진 | 박채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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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새 다음으로 만들고 싶은 노래, 아사달이 만들고 싶은 곡은 무엇인가요.

영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가 있어요. 휴대전화 매장 같은 곳에서 밖에 앰프를 놓고 최신 음악을 엄청 크게 틀어놓잖아요. 그게 어떤 음악일지라도 저는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지나가요. 그건 음악이 아니라 테러니까요. 아사달이 하려는 건 그런 음악과 정확히 반대에요. 작게 나오고 있어도 볼륨을 올리는 음악이죠. 아사달뿐만 아니라 다른 뮤지션들도 그런 음악을 해주길 바랍니다."

✚ 그 목표를 위해 올해 해야 하는 활동이 있나요.

김규식(베이스): "올해가 가기 전에 단독 공연을 할 거예요. 그냥 되는대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멤버들과 항상 이야기하는 건 '웰메이드 팝'이에요. 어떤 나이의 사람이 들어도 좋은 음악이요."

아사달의 음악은 팝의 계보를 친절하게 따라간다. 그리고 그 끝에서 한 걸음 자기의 발걸음을 얹었다. 이 한 걸음이 다른 색을 만들어낸다. 차근차근 계단을 쌓아 올라가는 것이다. 요즘은 보기 힘든 미덕이기에 더 값지다.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lmw@news-pap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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