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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당 굿
"엄마한테 상문이 끼었어. 굿을 당장 하지 않다가 며칠 사이에 엄마 죽으면 어떻게 할래."
2020년 6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출근하지 못해 직업 상담을 하고자 신당을 찾은 항공사 승무원은 무속인 A(51) 씨의 말에 굿비용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약 3천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이후 사기죄 등으로 기소된 A 씨는 손님들이 속아서 굿을 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 자발적 의사로 굿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우리 사회가 무속 행위의 사회적 기능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A 씨 행위는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엄연한 사기 행위라고 봤습니다.
10일 이 사건 공소 사실에 따르면 A 씨는 승무원 외에도 같은 해 11월 직장 문제로 점을 보러 온 30대 직장인에게 '이혼살이 있어 자꾸 남자와 헤어진다', '묘탈이 있으니 풀어야 한다'고 속여 굿 비용으로 600여만 원을 뜯어냈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보고 찾아온 피해자들에게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귀신의 기운을 일컫는 '상문살'이나 조상 묘에 문제가 생겨 후손에게 해가 가는 '묘탈' 등을 이유로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속여 범행했습니다.
사기 행각 외에도 이별을 통보한 연인 B 씨에게 지난해 1월부터 한 달간 '마귀가 되어 구천을 떠돌 거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62차례 보낸 혐의(스토킹 처벌법 위반)와 유튜브 방송에서 B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공소장에 포함됐습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굿을 서두를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호통치면서 즉석에서 카드 한도를 상향하게 만들어 당일에 거액의 굿값을 결제하는 등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고 죄질도 나쁘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에 불복한 A 씨는 "굿을 하지 않으면 당장 해악이 실현될 것처럼 고지한 사실이 없다"며 "이 같은 취지로 말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을 속였거나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추상적인 길흉화복의 고지에 그친 게 아니라 마치 굿을 하지 않으면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굿을 제안한 것은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굿비용으로 돈을 지불한 것 역시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형이 무겁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고려할 만한 현저한 사정변경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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