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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머스크 등 충성파만 포진… 막을 자 없는 ‘수퍼 트럼피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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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립각 세웠던 헤일리·폼페이오 내각서 제외

머스크는 젤렌스키 통화 때 배석, 충성파와 독주 예고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다음 날인 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러시아와의 전쟁 상황을 논의할 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석했다고 AP 등 미국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캠프에 2500억원이 넘는 선거 자금을 지원해 대선 승리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머스크는 규제 개혁을 권고하는 조직으로 신설되는 정부효율성위원회 수장으로 유력하게 꼽힌다.

이런 통화에 핵심 외교·안보 참모가 아닌 기업인이 배석하는 건 전례가 드문 일로, ‘트럼프 2기’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공화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red sweep)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2기는 1기(2017~2021년)를 능가하는 ‘수퍼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성 정치인들과 행정 관료들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충성파’들을 기용해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고립주의 정책이 잇따라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자신의 핵심 측근인 수지 와일스 선대본부장을 발탁했다.

한편 트럼프는 내년 1월 취임과 함께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에서 재(再)탈퇴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취임 즉시 시행할 기후·에너지 관련 행정명령과 대통령 포고문을 준비했는데, 여기에 파리협정 탈퇴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해 각국이 자발적 감축 목표치를 정해서 준수하는 내용으로 2015년 12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주도로 체결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1기 첫해였던 2017년 6월 “파리협정 때문에 미국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공장들이 문 닫고 있다”며 전격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탈퇴 조치를 번복하고 재가입했지만, 트럼프 2기에서 다시 탈퇴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가시화할 경우 미국이 자국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는다면서 탈퇴 또는 탈퇴 절차를 밟았다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번복한 주요 국제기구에서 다시 나갈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선일보

(왼쪽부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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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6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에서 25분간 진행된 젤렌스키와의 통화에서 같이 있던 머스크에게 수화기를 건넸고, 젤렌스키는 머스크에게 위성통신 지원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고 AP 등은 전했다.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통신망이 파괴되자 자신이 소유한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망인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왔다.

트럼프는 그간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양보함으로써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고 “러시아와의 담판을 통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고 여러 차례 공언해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불렀다. 이날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에서 전쟁과 관련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고 젤렌스키는 안도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상황을 단정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푸틴은 대선 다음 날 국내 행사에서 트럼프 당선을 축하한다고 언급했고, 트럼프도 푸틴과 곧 통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두 사람의 톱다운식 외교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여전한 상황이다.

‘수퍼트럼피즘’으로 상징되는 트럼프 2기는 안보·기후·인권 등 각 분야에서 미국 입장이 180도 돌변해 국제사회에 큰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2기가 파리협정의 재탈퇴를 계획한다는 소식은 파리협정 가입국들이 당면 현안을 논의하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개막(1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직전에 들려왔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석유·석탄·가스 생산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파리협정 당사국 지위를 걸림돌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에너지 차르(막강한 권한을 가진 최고 책임자) 자리를 신설해 대표적 친트럼프 인사인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기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파리협정뿐 아니라 트럼프 1기 때 지나치게 친(親)팔레스타인·반(反)이스라엘 성향을 문제 삼으며 탈퇴했던 유네스코와 유엔인권이사회, 코로나에 책임이 있는 중국에 기울어져 있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던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다시 나가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탈퇴까지는 이르지 않아도, 미국 국익에 부합하도록 전방위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트럼프는 1기 때 정부 요직에 기용됐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 장관을 2기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등에서 밝혔다. 헤일리는 공화당 경선 때 트럼프와 마지막까지 경쟁하면서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고, 폼페이오는 1기 최측근 참모였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선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거나 외부 유세에 소극적이란 평가를 지지자들에게 받아왔다. 미 언론들은 “충성심을 참모 발탁 기준의 최우선에 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트럼프 2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또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측근 린다 맥마흔을 상무 장관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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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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