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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김병기 ‘필향만리’] 鳴鼓而攻之可也(명고이공지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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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의 제자도 엉뚱한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염유(冉有)는 공자보다 29세 어린 제자로서 나름 인정을 받았다. 『논어』에 15차례나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런 염유가 노나라의 권신 계씨(季氏)의 가신으로 있을 때, 세금을 무리하게 거둬 천자보다도 부자인 계씨의 부를 더 늘려주는 역할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공자는 즉시 제자들을 향해 “염유는 우리 일원이 아니로구나. 얘들아! 북을 울리며 그를 공격해도 괜찮다”라고 했다. 여기서 ‘명고공지(鳴鼓攻之:북을 울려 공격하다)’라는 사자성어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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鳴:울릴 명, 鼓:북 고, 攻:칠 공, 可:옳을 가. 북을 울리며 공격해도 괜찮다. 23x37㎝.


북을 울리는 까닭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은 자리에서 잘못을 공격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목소리도 커야 한다. 여기서 ‘목소리로 친다(공격하다, 토벌한다)’는 뜻을 가진 ‘성토(聲討)’라는 말이 나왔다. 지금도 시위의 현장에는 어김없이 북도 있고, 함성도 있다. ‘명고공지’하고, ‘성토’하기 위해서이다.

염유는 권력에 휩쓸려 그런 실수를 했을 테지만, 공자는 그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준엄한 꾸지람을 내렸다. 오늘날, 우리 정치인과 관료 중에는 ‘염유의 실수’를 ‘일상’으로 대놓고 벌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공자의 꾸지람보다 더 준엄한 국민의 심판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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