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르면 내일 감식을 진행한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그 결과를 토대로 설비 이상이나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하게 된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두고 볼 일이지만 사전에 체계적으로 대처했다면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했던 불상사로 파악될 공산이 크다.
화마가 포스코를 덮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 1월과 2월에도 포항제철소 선강지역 통신선과 석탄 운반 시설 등지에서 불이 났다. 지난해 4월 27일엔 3파이넥스 공장 인근 원료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앞서 같은 달 18일엔 3고로 인근 COG(코크스 오븐 가스) 승압 장치에서 각각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제철소 내부 도로에서 특수운송장비 차량 5대가 불탔다. 이쯤 되면 ‘상습 화재 지구’가 따로 없다. 어제 화재 취재진에게 “잊을 만하면 불이 나니 걱정스럽다”고 말한 주민이 있다. 지역사회 우려가 담긴 소회일 것이다. 많은 국민도 같은 걱정이다.
포스코는 불과 쇳물을 다뤄 ‘산업의 쌀’인 철강을 생산한다. 포스코 가동이 멈추면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전후방 산업도 덩달아 정지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그 중요성을 참작해 제철소 발전소 주변 화재와 전기 공급 차단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지난해 12월 23일 방문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조속한 복구와 생산 영향 최소화에 전력을 다해달라”면서 재발 방지책도 주문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는 이런 당부는 메아리조차 없다. 그러니 같은 유형의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포스코는 앞서 2020년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파문이 불거지자 안전경영에 3년간 1조 원을 추가 투입해 위험·노후 설비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이 안 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로 창사 54년 만에 처음으로 고로 가동이 중단되는 타격을 입었다. 안전경영 계획 효험을 보기는커녕 천재·인재에 취약한 체질만 만천하에 드러낸 결과였다. 그 후로도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어제 화재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미국 여행보험 관리자였던 허버트 W 하인리히는 1931년 ‘1 대 29대 300’이란 비례관계를 제시했다. 훗날 ‘하인리히 법칙’으로 자리를 잡은 숫자들이다. 하인리히가 7만5000건의 산업 재해를 분석해 추려낸 이 법칙에 따르면 대형 산업재해 하나가 발생했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하고 경미한 사고 300번이 일어난다.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한다. 포스코의 연쇄 화재는 뭘 뜻하겠나. 하인리히의 숫자 점멸등이 바쁘게 깜빡이는지도 모른다. 제철업은 화재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상습 화재를 당연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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